[BRICs리포트_러시아] 정부보조 연장으로 러시아 자동차판매 증가 전망
오 선 근
재러시아 한국경제인
연합회
구 소비에트연방의 구성원이었던 CIS국가들의 중심국인 러시아는 2000년대 들어서 급속한 성장을 보이면서 향후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한 축을 이루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구 소련 붕괴 이후 무너진 경제와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면서, 2012년 APEC 정상회담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에 이은 2018년 월드컵축구 개최권 획득이 이를 상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러시아는 국가현대화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며, 대외적으로는 올 2011년 말 WTO 가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가장 최근자료라 할 수 있는 작년 12월 17일 러시아연방 경제개발부가 발표한 ‘2010년 주요거시경제지표와 향후 전망’에 따르면, 2010년 러시아경제는 지난 국제금융위기와 경제위기 여파로 암울했던 2009년을 지나 2010년 뚜렷한 회복세와 성장세를 보인 한해로 평가되고 있다. 향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러시아 총수출의 70%에 육박하는(2008년 73.3%, 2009년 67.0%) 에너지자원에 의존적인 경제구조와 러시아 국내시장의 40% 이상을 수입품들이 점유하고 있는 수입 중심의 소비구조, 그리고 러시아 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상실이라는 부분들은 현재 러시아경제가 가지고 있는 최대 약점이기도 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 할 것이다.
2014년 러시아 자동차시장은 유럽 최대시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상반기까지 높은 성장세(2008년 신차판매량 303만대, 총 690억달러 규모)를 보였던 러시아 자동차시장은 2009년 판매량 기준 전년대비 49% (2009년 신차판매량 146만대, 총 268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하지만 2010년 지속적인 국제유가 강세에 따른 경기회복세와 러시아정부가 지난 2009년 3월부터 당초 1년 계획으로 실시했던 신형자동차 교체지원을 위한 정부보조금 지급 프로그램이 2010년 연말까지 연장에 재연장을 거치면서 그 효과를 나타냈다. 당초 러시아정부와 자동차협회가 예상한 2010년 연간 자동차판매량 155만대를 뛰어넘는 191만대로, 전년대비 30% 증가를 보였으며 판매액 역시 31% 증가한 337억달러에 달했다.
물론 러시아 내수시장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올 연초부터 각종 공공요금인상과 물가상승 등 다시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 그리고 이에 따른 러시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은 향후 러시아 내 자동차 구매수요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지속하기로 결정한 정부보조금 프로그램은 올해에도 분명 자동차 판매증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에 2011년 러시아 내 자동차판매량은 대략 210만대에서 250만대 정도(러시아자동차공업협회 2011년 판매전망 약 250만대/Pricewaterhouse Coopers 전망 약 210만~249만대/European Business Association 전망 약 224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향후 전망은 지난 2006년 판매량 199만대, 2007년 판매량 260만대, 그리고 비록 하반기 국제금융위기에 여파에 놓였으나 2008년 판매량 303만대라는 증가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러시아연방 산업통상부 빅토르 흐리스텐코 장관은 지난해 10월 “러시아 자동차시장은 2013년 중반쯤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고, 2014년경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판매시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러시아 현지생산 자동차 판매비중 증가
국제금융위기 이후 현재 러시아 자동차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수입신차보다 러시아 국내산과 외국브랜드를 포함한 러시아 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판매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에서 2007년까지 러시아에서 생산된(러시아 국내와 외국브랜드 포함) 자동차의 판매대수 비중은 88%에서 46%까지 낮아졌으나 2009년을 기점으로 러시아정부의 수입관세 인상(2009년 1월 25%→35% 인상)과 자동차산업 지원프로그램의 영향으로 2010년 66%로 다시 증가했다.
2010년 러시아 내 신차판매 순위(유럽비즈니스협회 조사) 10위 안의 자동차모델들 중 9개 모델이 러시아 내에서 현지생산되는 모델들로, 특히 러시아 내에서 생산되는 외국브랜드 자동차의 판매비중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0년 9월 준공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현대자동차의 솔라리스 모델도 최근 러시아정부의 신차보조금 프로그램 대상모델로 지정되면서 현대자동차는 올해 러시아에서 약 6만6천~7만대의 솔라리스 모델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행정적 불편함
이렇듯 우리기업의 러시아 자동차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은 가운데 러시아 당국에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러시아에서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많은 우리기업들이 현지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러시아 진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하는 러시아 경제지표나 당국의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론 단순한 행정적 불편함이 해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을 비롯한 러시아 내 모든 외국인기업들의 주재원들이 겪고 있는 행정적 불편이 주는 문제는 생각보다 크다. 지난 2월 15일 러시아 이민청 당국의 ‘거주등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모스크바만을 실례로 들어봐도, 그 동안 지사사무소나 법인사무소 주소로 신고해 거주등록증을 받는 것이 가능했던 거주등록절차가, 이제는 실제거주지 실소유자의 동의 아래 실제거주지에 등록해야 하기 하는데 세금문제를 이유로 임차인들의 거주등록 거부가 비일비재해 큰 어려움으로 대두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 정확한 절차를 거치겠다는 러시아 당국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이번 거주등록법 개정안은 러시아의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시정하거나 내부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거주등록자들, 즉 임차인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로인해 러시아 진출 외국기업들은 경제적이나 사업상의 문제가 아닌 거주문제의 단순한 행정적 절차의 어려움에 발목을 잡히고 있어 러시아 당국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