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검은 구름을
몰고 다니던 철마는 사라지고,
스피드란
이름의 그림자만이 철길을 달리고 있다.
멀고 길었던
길 잃은 사람들의 목적지, 서울역.
조선총독부 청사를
닮은, 삼엄하고 무섭기만 했던 서울역사.
이제, 상처난 가슴을 보듬은 채,
오랜 침묵으로 우리 곁에 서 있다.
용서하라.......
152
우리는
날마다 가슴 한켠에
밤을 지새워
피워낸, 꽃 한송이로
새벽을
이르켜 세우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153
활짝 핀
미소는 온 세상을
평화의 강물로
적시나니, 그 아름다움은
지극하옵고......
154
신작로 길을
달리던 우리는, 지금도
어지러울뿐이다.
저 무한으로 뻗어 나아간
수학공식 같은
저 길이, 지금도 환상철럼
어지러울뿐이다.
그러나,
그 곳에 숨어사는 우리들의
축지는 영원한 유혹.......
155
능선 위로
뜨는 태양과 마주하는 날은
그분께서
빛으로 우리 안에 계심을
새삼 밝혀 주시나니, 빛이 어디서
오는가를
아침 태양은 선명히 가르쳐 주고........
156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이르던 날도
그러했다.
인간이 달을 정복했다는
슬픈 전설은
신화로만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어늘,
오늘 한 폭의 신화를 읽는
맑은 바람, 밝은 달은 그지 없나니........
157
눈 덮인
보리밭 이랑을 밟고, 강가로
가는 길은
언제나 지난 세월의 도둑가시가
달라 붙어, 아픈 상흔으로
남아 있었다.
다시 찾아온 겨울 강가에서, 물이
녹지 아니하면
아픔은 그대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어찌하리.......
158
눈 덮인 겨울 산이
더욱 신비롭고 위대해 보이는 것은
우리들의
원죄로 입은 원시의 발자국이
잠시라도 가리워져 있다는 위안
때문이 아닐까.
묵시로 깨어 있는 산 바람 소리.......
159
세월이란
이름의 풍상의 조각도는
신의(神意)가
스며 있어, 자연보다 우월한
작품성이 돋보니고....
160
겨울
하늘을 홀로 적시며
피어 있는
꽃, 장미는 한 여름밤을 꿈꾸며
이 차가운
겨울을 다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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