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
수심에 드리운
능선마다
봄 소식을 실어 나르는 조각배 되어,
눈물 없이
맞는 이봄을 우리는 호곡하자.
봄이여,
너무 찬란한 빛으로 다가오지 말아라.
아직도, 우리 곁에는
수몰(水沒) 속으로 기울어간 봄을
그리워하노니......
382
또 하나의 저,올곧은
정기(精氣)는
누가 그려낸 붓끝에 서린
새벽 기상(氣象)이라 했는가.......
가슴을
저미듯이 피어오른
시리고 시린 그대의 화관을
우리는
꽃이라고 부르고 싶지 아니한 것이다.
꽃이 아니기에 자랑스러울 뿐이다.
383
도대체
온 산하를 뒤덮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 미지의 무한한 생명의 빛, 그 찬란함에
우리는
눈이 부시고, 상록도
아니면서, 상록보다도 더 현란한
내 영혼에 이는
그대의 눈동자여......
384
기다린다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그러나 기다리지 아니하고는
누구도, 그를 만날 수 없다면
기다림은
고독 이상의 갈구요 아픔이다.
아픔이 없는 봄은 결코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봄은......
385
숲 속에
드리운 풍경 속으로 눈이 내리고
영혼이 깃든
자작나무 숲 사이로
도시의 풍경은 강물처럼 흘렀다.
내 안에
잠들고 있던 도시의 새벽은
외경스런
침묵 사이로 눈물처럼 흘러, 흘러서
나의 시선을 묶어 놓고.......
386
불길이
잡히지 않는 봄은, 온 천하를 태우고
급기야,
우리들의 앞지락을 태운 뒤에야
봄이 우리들의
손끝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곤
그제사, 풀피리 접어
강변의 봄을 노래하리......
387
강 같은 평강이 있고
물길보다
현란한 용기가 넘치는 곳,
그러나
관용의 덕을 지닌, 그 풍성한
지혜를
가꾸어 온 그대의
소망을, 우리는 호곡하노니......
388
No cross no crown,
상처없는
매화꽃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조차도
없는 것이기에,
나는
젊은 그분의 상처를 기억하며
당신께서 보내 주신
한편의
문자 없는 서한문에 마음을 조아리고.......
389
저 순백의
죄 없음으로 인하여, 그날의
골고다의 언덕을
수 놓았던, 꽃망울, 우리는
잊지 못하리......
저 하이얀 피멍울......
390
모세의 지팡이에서
꽃이 피더니,
천년묵은 고목나무에서 잎이 돋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바뀌는 시간, 시침을 돌리시고
우리의 운명을 돌리시는
그분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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