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한라산에
눈이 쌓이면, 하늘도 무심치
아니했는가.....
백록담에서
피어 오른 저, 신화의 구름들이
흰 사슴 떼 되어
하늘을 마구 밟고 지나간다.
한라산은
조용히 그의 웅자를
눈 속에 묻고........
372
누구든지
봄을 캐는 이는알고 있다.
봄을 캐는 것은 ,
마음 속에 신비처럼 간직해 두었던
봄의 햇살을 심어가는 일이기에,
봄은 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오랜, 심연에 묻어 두었던, 봄을 그리는
마음 밭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봄을 캐는 이는 누구나......
373
매화꽃 망울들이
화산처럼 굉음을 내며 터지는
날은, 차가운
대리석도 체온을 뿜으며
구들장처럼 더워지리라.
저 맑고 간결한
풍경 속으로 도도히 흐르는
당신의 기상이여.......
374
예감하기
어려운 한 줄기 경건은, 어디서
울려 퍼지는
그 옛적에 듣던 손풍금 찬송소리인가......
이해인 수녀님이
쓴, 몇 편의 시가 나무가지에
까치집 둥우리처럼 달려 있다.
375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초 자연적인 힘은
누가 주시는
생명 선언인가......
돌이켜 보면 볼 수록
그분 외에
또 누가 있단 말인가.......
봄을 만드신 분이 지금 오고 계시니.......
376
고독하거든
돌아서 가라. 긴 부리를
하늘로 치켜세우고
고독한 구름을 바라보듯이
고독하거든
돌아서 가라.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산새들도 따라서 흐르나니.....
377
봄을 열어주는
저 화려하고 드높은 트럼펫 소리,
귀대고
가슴 태우는 이마다, 산에도 들에도
홍매는 피었는가........
긴 호흡으로 이엇다 끊어지는
한 파람의 기적(汽笛) 소리.......
378
저 견고한
사랑을 누가 봄이라고 말했을까.....
봄은
머지 않아 우리 곁을
지나갈 지라도, 사랑은 우리와 더불어
영원하리니......
379
남 몰래
간직해온 저 붉음 마음을
누굴 위해
오늘 저토록 찬란하게 터뜨린 것일까.....
아, 그리운이여.
나의 모든 것
당신이 지키소서.......
380
빛을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 따라,
집안을 비추는
등불이되고, 밤 바다를
비추는
등대가 되고, 광야를
비추는
풀꽃이 되어, 그분을 만나뵈오리.....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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