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시련의
무거운 짐을 지고, 눈덮인 광야에
홀로 서 있을지라도
우리가
두려워하지 아니함은, 우리를 지키는
섭리가 그 안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무야, 나무야, 조선 조나무야.......
342
한국의 봄은
분홍빛 화사함으로 다가온다.
봄을 노래하는 이마다
가슴에서
번져오는 진달래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듣는다.
소리마저도
분홍빛으로 온 산하를 물들이고......
343
오랜
침묵을 깨고 일어서는 바람소리처럼
어머니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들의 위안이 되고, 우리들의
슬픔까지도 되어 주던
그 자리,
그 자리에 어머니는
오늘도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344
때때로
우리는 눈보라의 세월을
지나서 가야한다. 길은 멀고 험준하다.
그러나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지금도우리는 터널의 깊은 곳에 서서
눈보라의 세월을
겸허히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겸허하라.
겸허하지 않은 이에게는
터널은 장벽일 뿐이기 때문이다.
345
흑성산 봉수대가
잠들어 있던 날, 의(義) 봉화불은
어린 소녀의
손등에서 타 올랐다. 그리고 가슴을 태우고
영혼을 태우면서
봉화불은 요원의 불길이 되어
우리에게로 돌아 았다.
오늘 우리는 마르지 않는 심연(沈淵)에서
그날의 봉화불을 건저 올리고 있다.
346
죽음의 계곡에
저토록 영묘하고 아름다운
희대의
예술이 숨어 있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지만,
자연과 신의 솜씨로
만들어 놓은 피라미드는,
사구(沙丘) 자신이 미라가되어, 자연의 신비를
오래도록 노래하리라.
347
멀어도
길은 멀어도, 아침 이슬을 맞으며
피어난 꽃은
만나의 추억으로 우리를 기쁘게 하고,
저녁 나절
홀로 피어 있는 꽃은
긴 부리를 가볍게 숨긴 메추라기만 같아서
광야길 마저도 두렵지 아니하니,
오, 한 송이 꽃이 피워올린, 하나님의 영광이여......
348
자애로운 것은
수줍은
것이요, 수줍은 것은
위대한 미소니,
만인이
그 미소 앞에서, 수줍음은
얼마나 소중한
지혜인가를, 어찌 모르리.......
349
눈보라가 치고
비 바람이 몰아쳐도, 꺼지지 않는 불꽃은
영혼에 이는 기구(祈求)처럼
눈을 감아도
불꽃은 밖에 있지 아니하고, 안에서
타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 이었을까.
비록 다른 나라의
전승 기념 제단 앞에 서 있을지라도.......
아마도 승리한 전쟁도
하나의 비극일 뿐이라는 것을,
평화만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350
광풍이
밀려오는 하늘을 날던 새,
흰갈매기는 한 점 명상의 구름이 되어
우리 곁에서
휴식을 누리고 있다.
쉬어서 가라. 그 먼 여정을 예비하는
수고로운 우리들의
인생길에서 조차라도, 쉬어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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