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봄은 도리질 치는
눈보라를
등에 업고 다가와서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전해주고,
우리는
그에게 입맞추려고,
한 발씩 다가가서 봄이 가져다 주는
정한으로 닫힌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332
호수공원의
저, 푸군하고 숙연한 개벽의 신화는,
신선한 공간 사이에서
태어나고
눈 덮힌 적설 만큼이나, 우리들의
방황조차도 아름답고,
누구든지
만나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미풍이여.......
333
인사동엘 갔더니
화장실 벽도 예사롭지 않다던, 그 말씀이
왜 오랜 여운으로
우리를 잡아매는 것일까.....
아마도
화장실 벽에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서정이
깃털처럼 박혀 있는 까닭이겠지요......
334
인사동의
봄은
재래의 논두렁길을 걸어야 만나는
벌금자리 뜯던
고래실 논바닥 같은 끈적함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원초적인 향수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디선가 냉이국 끓이는 향기 번져오는.....
335
남가주의 봄 소식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어느나라 군항제에서
만났던
그 화사한 인파에 밀려가던
영롱했던 미소처럼
그렇게
우리를 가슴 설레이게 하는 것이다.
남가주의
봄 소식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336
일몰의 바다는
상념에 차고
꿈에서 깨어난 바다는
우리들의
사상이 되는 것을......
337
온종일
걸어도 다다르지 못할
피안처럼
우리는 오늘도 선망의 눈들 들어
눈 덮인
저 환영(幻影) 속으로
달리고 싶을 뿐이다......
338
오늘도
우리는 미지의 품을 찾아 가는
나그네가 아니었던가,
길은 멀고
험준한 여정일 것을 걱정하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일까......
길은 가깝고, 품은 본래부터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을,
339
이 놀라운
경이감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홍해바다를 지나 광야길에서 만났던
메추라기 떼의
그 감동으로......
340
저 영묘한
사랑은 잠들지 않는다.
눈 덮인
초막 곁에서, 지축을 뚫고 나와
분화구에서 분출하는
마그마되어
피어난 꽃 복수초, 신앙처럼 경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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