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에도
신비의 폭포수는 일어, 불같은 열정으로
솟아날 수 있다면,
불사조는 하늘을 날고,
심령을 뜨겁게 달구는 신앙의 마그마는
분수령을 넘어
땅끝에 이르리니.......
282
바다가 떠나간 빈 자라리마다
노을이 고여
우리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피안 저편으로 달려간 바다는 수평선 너머로
잠잠하지만,
오늘도 해안선을 따라 걷고 있는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또 하나의 꿈으로,
우리를 잉태하나니,
바다여........
283
보석, 노마 속에
생긴 한 점 하자(瑕疵)처럼
우리를
황홀한 초점 앞에 세워둔 이는
누구인가.....
견딜 수 없는 연민, 저 찬란한
황금 빛 향연을
질투하라..........
284
아치형의
교각 넘어로, 우리들의
환상을
유인해 가는 저, 유혹을 뿌리치듯이
뿌리 깊은 나무로 서서
흔들리지 않는
북구의 겨울을 지켜주고.......
285
영어로
새집을 nest라고 부른다.
둥우리, 그리고 피난처인 것이다.
러시아는
인공 새집으로 자연을 구원하지 아니하면
새들은 집시되어
날아가고 말 것이다.
집시되어서.......
286
어디선가 봄 까치 우는
소리 들리고
하늘은 봄눈처럼 내려와 내를 적시고 있다.
숨을 곳이 없는
봄을 기다리는 처녀들의 수줍은 눈빛이
아직은 얼음장 밑으로 흘러내리고......
287
이 한 폭의 감상(感傷)을
우리는 외면할 수 없어, 눈을 들어
하늘을 보기로 했다.
하늘에는
여전히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던
고전의 흰구름들이, 이국의 하늘을 적시고 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288
한 마리의 공작이
보여준 겨울 쇼- 풍경처럼 신비롭고
정제된 겨울이
어디서 시작되는 가를 알려 주는
크레믈린 시계탑에서 울려 퍼지던 그 종소리
그 종소리를 기억하게 함은,
겨울이
사물처럼 우리 곁에
가까이 서 있는 까닭이겠습니다.
겨울은 산까치 울음처럼 예지로 다가오고......
289
삶이 때때로
악전고투처럼 느껴질 때, 찾아가 보고 푼
꽃지의 일몰,
가파른 벼랑 끝에 목숨을 걸고
그 대는 오늘도
가슴 저며오는 바닷 소리에 잠못드는
밤을 위해, 황홀한 일몰을
맞아야 하는, 우리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290
겨울 바다는 청량했다.
우리들의 마음 만큼이나 청량했다.
먼 빛으로
길을 열어 놓은 바다, 바다는 길이 없으나
길은 열려 있었다.
겨울 바다는 청량했다. 우리들의
마음 만큼이나 청량했다. 그리고 청량할 것이다.
이후 겨울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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