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빈 교회당에
홀로 앉아 있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이 충만함은
누가 주시는 확신이요 믿음인가......
겨자씨 만한 믿음 하나로도
이산을 옮겨 저 바다에 던지우리니, 도대체
누가 있어, 이 견고한
태산의 진동과 대양의 포효를 잠재우시리이까........
주여, 어디에 계셔서
지금 우리에게로 오시나이까......
이 이른 새벽, 이 늦은 밤에도 저희들의
매마른 기침소리마저도 들어 주시는
주, 하나님 앞에
영혼도 육신도 맡기나이다. 주님께서 특전 주셔서,
저희들이 무엇이건데.......
262
강이 얼면서
평화는 떼지어 몰려 왔고, 예정도 없이
평화는 떠나갈 것이다.
그리고
강물은 곧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평화도 환란처럼 왔다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263
큰 나무 아래 바람일 일고 있습니다.
어디든 봄 눈은 남아
잔설이 되는 것이지만, 헷세드 목사님이
찾아낸 잔설에는 고향이 남아 있습니다.
누구도 버릴 수 없는
눈물처럼 고여 지워지지 않는
잔해(殘骸)를 가슴에 품고 사는 우리는
오늘도 옛길을 추억하듯이 가고 있습니다.
새 사람되어 본향을 그리워하듯이........
264
스칸디나비아의 푸른 언덕 위로
북구의 하늘은
휘황한 구름 사이로 구름처럼 떠 있어 아름답고,
노르에이의 방풍림 사이로 흐르는
저 바이킹의 위용을 그린 풍경이 흐릅니다.
흐르는 풍경 사이로
흐르지 않은 세월을 새겨두듯이 그렇게
포구마다 들꽃들이 피어나고........
265
우리는
언제부터 길고도 긴 터널을 지나
섬과 섬그늘 사이마다
홍등가에서 울려퍼지던 방울 소리같은
오작교를 놓기 시작했을까요.......
눈을 들어 바라본 은하수에는
누가 놓고 간 신묘한 집신들이 교각으로 떠 있고
구름은 다리되어 하늘을 나는 것일까.......
해안선을 달려
피안으로 가고 푼, 끝나지 않은 꿈의 편력이여......
266
일몰(日沒)한
문명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부활할 뿐이다.
르네상스가 그러하며
예수님이 그러했으며, 그러기에 르네상스는
하나님의 시대의 도래를 예고해 주고 있는 것이다.
백제문명이
끊임없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이유이다
267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봄을 사랑하는 증거니,
사랑은
숨길 수 없는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탈무드에는
사랑과 재체기는 참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봄을 기다리 마음,
이미, 고전이 되어 남아 있는
우리들의 마지막 외경심,
봄을 기다리는 마음마다 또한 봄은 외경에 찰뿐.......
268
험준한 땅, 그랜드 캐년
그 곳에 가면
인간은 한 없이 왜소해지고, 그 곳에 가면
인간은 하나의 포말이 되어
돌아 올지라도, 그 곳에 가면 생각하는
갈대보다 위대한 것은 없기에
우리는
오늘도 그랜 캐년을 향하여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269
겨울 나무 마른 가지에서
왜 낡은 기타에서
울려나오는 G 마이너의 선율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인지.......
그 어느 날이던가
모스크바 지하철 입구에 서서, 고향 아르메니아를
연주하던, 거리의 바올린니스트가
생각납니다.
마른 나무 가지에서는 왜 자꾸만
낡은 기타 소리가, 겨울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것인지......
올 겨울은 그러기에 아름답고 말 할 것입니다
270
노을은
언제 보아도, 우리들의
유혹으로
남아 있는 까닭은,
아마도
다하지 못한 아쉬움들이
소멸할 수 없는
꿈으로
남아 있는까닭이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