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겨울을
녹여줄 뜨거운 심장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감동이라 할 것인가.......
굳게 닫힌
겨울을 여는 문소리 들리고
우리는 사랑이 어디서 오는가를
기억하고 싶어했다.
252
광야를 날아
거친 들을 순례하는 너는, 새가 아니다.
우리들의 환상과 꿈을 몰고
다니는, 미지의 비행물체 같은 것이다.
지난해에도
350여회의 비행물체가 나타났었다고,
그러나, 신비에 안주하기 보다는
환상과 꿈을 품고, 영원히 날고 싶은
그 거룩한 사명이 무엇인가를 우리는 알고 있다
253
태평양 그 너머에
한 송이 붉은 튜립이 피어 있다는
소식은, 결코 일상이 아니다.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향수만으로는
달랠 수 없는 또 하나의 슬픔,
사랑이란 이름의 대명사라는 것을
뒤 늦게 알기시작하고.......
그날의 소년은 얼굴이 붉어졌다.
254
저 휘황한
명선도의 일출을 잊지 못하는 것은
우리들 가슴 속에
하나의 사상으로 자리잡은 까닭이리라.
명선도의 아침 태양은
광야에서 울던 우리들의 쇠북소리,
그 것이었다.......
역사로 울던 쇠북소리,
255
우수에 떠는
가지 마다 해풍이 밀려와, 바다 밑
풍경처럼 가슴을
설레이고, 간조처럼 빠져 나간
빈 찻잔을 우리는 노래하고 싶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세월이란 이름의
뒤안길에서, 더는 슬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우리는
따끈한 차 한잔을 들며, 해안 찻집
창너머로 지는 해를,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256
모스크바국제공항,
쉬라메쩨보,
오랜 사탕수수 밭 사이로 바람이 불어 왔다.
빛나던
에덴은 볼가강의 기나긴 물살을 따라
숨가쁘게 해안선이 무너지고
구름 사이로
이름 모를 창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저 머나먼 지평선 위로
한 점 하늘이 떠오르고
공항 지붕 위로는 낯선 백야가 다가오고 있다.
257
긴 사래 밭을
가꾸던 어느날의 이브는, 별을 따러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도 돌아 올줄 모르는
그의 긴 사래 밭 사이에서 구름이 피어오르고
자선 남비 속으로
몰려 다니던 바람이, 한 낮에
햇볕을 다둑이며, 사래 긴 밭둑에서 긴 꿈으로
누워 있다. 깨울 수 없는 나의 이브여.......
258
해안을 따라 서 있는
십자가,
똑딱선을 타고 가고 싶었던 피안의 저 편으로
구름 몇 점이 드리워
십자가 위로 지나가고, 우리는
먼 발치로 떠나는
뱃고동 소리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
우리 안에서
들려 오던 천둥소리를
듣지 못하는 치우(痴愚)를 호곡하노니......
259
쑥국새가 울다가 돌아간 자리,
그 곳에 남겨진
기병대의 군화 발자국, 돌아오지 않는 말 거품 무는 소리
깃빨에 나붓기던 승전을 알리던
나팔소리마저도, 잠든 계곡으로, 쌓이고 쌓여
거대한 전쟁을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당신의 가슴에서
자라나던 훈장은, 세월의 잔해되어 누워 있고.......
260
그날
고생창연한 참나무 가지 사이로
하늘이 내려오고 있었다.
백인 소녀 하나가
마을로 들아가는 집오리떼를 따라
성당입구에 서 있고,
물그림자도 흐릿한 그곳 베데스타 연못가에도
한 무리의 오리떼가 풀을 뜯더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