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
고요히 머물다
터뜨린
봉화대 불꽃놀이, 봄은 도처에서
반디불처럼
일렁이는, 풍악 소리되어
들을 적시고
우리들의 울안을 적시며, 깨어나고 있다.
402
봄을 알리는
호수에 이는 미열(微熱)은
우리를
조용한 관조(觀照)의 아침으로 안내하고,
우리는
거기서 유한한 생명들이 어떻게
무한한 세계를 동경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를, 흔연한 마음으로
감지해보고......
403
모진 광야에
피어 있는 저 꽃눈은, 누구를 알리려는
사명의 사역일가 싶어서,
이 세상에
남겨져 있는 가녀린 목숨이, 이제는
광야길을 비추는
구름 기둥이 되고, 밤 하늘의 별빛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을 밝히는가......
404
그날의
인디안은 아직도 가슴에
창을 꽂은 채로
세월을 달구며 달려 가고 있다.
멀리서
군마가 달리는 말발굽 소리 들리는
계곡 너머로......
405
산수유,
먼산 뻐꾸기 몇 날을 홀로울다 돌아가더니,
산수유는 만개한 그대로
봄을 그리는 우리 품에서 피어나고,
우리는, 산수유에 깃든 영혼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살 아 있음에 감사하는 것이다.
406
매실원을
지나서 또 어디로 가는가,
봄은
이만큼 다가와서, 한 바탕 흐드러진
너털 웃음처럼
우리들의 고요한 가슴에 파문을 심으며
봄이 못다해준
한 점 하늘아래로 노부부는 가슴을 맞대고 있다.
저들의 가슴이 다수운
일생을
우리는 어쩐지 오래도록 기억해 두고 싶은 것이다.
407
생존이
불가능한 광야에도, 바람은 일고
죽음으로
묻혀진 계곡에도 꽃은 피어
모진 세월을 살아온
우리들의 손등 마디마다, 화석처럼
한 송이 꽃은 피어나고......
408
저 허술한
장막위로, 피어난 꽃, 산수유.
순결과
온유의 상징처럼
겸양함으로 나를 다스리시니,
겉보다 안이 돋보이던
그,
409
개발시대의
스레트 지붕이, 이토록 인상적인
우리들의 고향은
우리들의 가슴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 고향엘 가고 싶은 것이다.
오손도손 밤하늘의 별들처럼 모여 살던
그 고향에 가고 싶은 것이다
가고 싶은곳, 그 끝에
고향이 있다.
410
누가
붙여준 이름인가, 흰노루귀,
먼데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생명 강가에서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
나무가지마다 물오르는 소리
봄 볕에 졸고 있을
마른 풀잎들의 잠고대 소리까지도
저, 귀족의 흰노루귀로는
다 들을 수 있겠지.......
이 이른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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