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다 이루소서,
그 참담한 나무가지에 달리 심으로
저토록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심을 다 이루신
그분, 우리를 위해
몸을 찢으시고 주검으로 해를 받으신
그분, 이제는
그분을 위해 우리가 몸을 찢을
차례가 아닌가......
죽은자 가운데에서 부활하기 위하여.
422
웃는
얼굴에는 하나님의 신비가
숨어 있고
웃는
얼굴에는 비밀한 창조주의
언어가 배어 있고
웃는
얼굴에는 한없는 사랑에의
감동이 담겨 있다.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서 웃어야 할 때다.
423
예수님이
말구유에 누워계실 때도
그러하셨고
십자가에 달리시어 피흘리시던
그날에도
그러하셨다. 우리들의 죄의 껍질을
벗기시고
죄없는 속사람 건지시려고
지금도 그분께서
당신의 몸을 찢으시나니.......
이 시련의 고난을 무엇으로 딛고서리
이 고난의 주간에.....
424
잔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봄 호수 가에서
우리는
일장춘몽, 긴 봄꿈에 푹 빠져보고 싶다.
저 현란한
봄의 노래는 꿈을 꾸지 않아도
이승의 꿈이되어
봄 하늘이 호수 깊은 곳에서 마음을 씻고......
우리는
세심(洗心)의 봄 하늘을 찾아 길을 떠나고 있다.
425
한국의 봄은
파스텔톤으로 노래할 수 있어
더없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수가에 선 미류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흗들리면서, 봄은 오고
다시 봄은 가고........
426
봄은
그 누구도 눈물없이 맞이할 수 없다.
상흔의 아픈
자국을 지우면서, 봄은
십자가에 달리신 빛과 같이 오기 때문이다.
씨감자를 깎던
어머니의 눈물을 잊지 못한다,
눈을 감아도
빛과 눈물로 얼룩진 봄은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가......
427
백년을
살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살아왔다.
인간 백년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사람들은 점점 알기 시작했다.
오, 인간 백년
그 허무의 늪, 늪가에서
바라보는 십자가에 걸린 한 점 푸른하늘,,,,,,
우리들의 소망일 뿐인 것을,
428
사단이
또는 불의가
흐르는 물을 막지 못하리. 시공을 초월한
그분께서는
문이 있어도 문을 열지 않고
드나드시나니,
무슨 힘이 있어 그분께서
지으신, 오는 봄을 막을 수 있으랴......
429
겨울
빨래 줄에 걸린, 너절한
세속들이
우리들의 자화상임을 아지 못했다.
그러나,
앏은 겨울 햇살에
떠 있는 저들의 저 차가운 그림자는, 왜
자꾸만
우리를 슬프게하는 것일까.....
누구든지
자기를 비춰보지 않으면
그림자도 볼 수 없는 까닭이겠지.......
430
만두.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더는 깨뜨릴 수 없어 망서리는
거리에 놓인
만두의 얼굴들이, 때때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나의
만두를 대하는
버릇, 만두 가게 앞에서 돈을 세는
저 노인이, 생각을 사가는
이 시대 자화상만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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