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
오래 전부터
문을 열고 서 있는, 그 기다림 사이로
북구의 하늘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잠들 수 없는
하늘 빛을 찾아 날아가던
새, 그 깃 하나, 구름처럼 우리 곁에 몰려 있다.
몰려 있는
우리들의 온기(溫氣)......
642
우리들의
심연을 사루어 내는, 저 황홀한
아침을 기억하노니,
꿈보다도 황홀하고
육체보다도
위엄에 찬 당신은 누구이기에,
오늘도
우리를 설레임으로 문을 두드리게 하는가........
643
아득한
선로 위로 야간열차가 지나가고
신비한 터널을 지나
꿈의 입구로
은하의 강이 흐르던, 그밤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독한 영혼의 흔들리지 않는 음색,
우리들의 현란한 자화상이여........
644
우리의
미래는 여백 속에 남아 있어
오늘도
더 많은 여백을 남기고 싶어, 우리는
이 길을 가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미래의 뒷모습을 따라서
때로는 총총 걸음으로
때로는
머뭇거리면서, 아직도 우리는 이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길은 하나의 약속이기에.......
645
이 미지의
경외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영혼에
이는 바람 소리일꺼나,
강너머에서
들려 오는 숲 바람 소리, 아니 소리 없이
부서져 내리는 빛의 향연을
우리는
경건한 맘으로 주목하였나니,
지금도
둑 너머에는 들국화 몇 송이
피어 흐르리......
646
어디선가
들려 올 것 같은 수중가 한 가락
너무도 황홀하여
끊어질듯 가쁜 숨결이, 계절 난간으로
울려 퍼지나니,
눈을 크게 뜨고 가슴으로
다시 듣는
바람에 스치는 그 저녁 강물 소리......
647
하늘은
물 속에 잠겨, 가을 꿈이
깊어가고
흰 구름 흘러, 온 땅을 낙엽 타는
냄새로 적시나니,
고독한 한 점 정자 위로
신비로운 듯
부서져 내리는 가을 햇살이여.......
648
저 끝 없는
공간 구성은 누구의 솜씨일까......
선과 면을 번가르며
우리들의
꿈을 일깨우는 저 자연의 묵시는
때로는 경전보다
위대하고 때로는 영혼을 흔드는
천사의 나팔로리 같으니,
당신의 오묘한
언어에 다시 귀대고 엎들이노니.....
649
우리는
얼마나 오랜 세월, 저 잔잔한
들녘을 가슴에
새기고, 그리움으로 보듬으며
어머니 젖무덤에
얼굴을 조아렸던가.......
꿈에서 조차도 영원이 깨어날 수 없었던
수수모가 익어가고
벼가 영그는, 우리들의 고향
저 비산비야한 땅으로
지금 우리는, 우리가 심고 가꾸어 놓은
영혼에 이는 결실을
거두려고 다시 그의 품을 기억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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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가는 길목에
낙엽이 지면,
미당께서 부르시던 육자백이는
지금도 쉰 목소리의
그녀가 부르고 있는지.......
선운사
단풍들 때면
서럽게도 출렁이던, 그녀의
미간에 드리운 쉰 목소리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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