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1
하늘을
찬미하는 이마다, 하늘을 닮은
증거이니,
하늘이 있어 살 맛이 나고
하늘이 있어 기쁨이 있고
하늘이
있어 사상을 잉태한 우리는,
하늘과 더불어
오늘도 이 길을 걷고 있다.
632
산정에
고요히 누워 있는 가을을 본다.
빛바랜 세월이
우리들의 낡은 옷깃 사이로
흘러 강을 이루고,
범람할 줄 모르는 인고의 자제력으로
한 송이 꽃처럼
남아 있는 기운 억새풀 대공 위로는
바람마저
한 방향으로 불고 있다.
산정에 고요히 누워 있는 가을을 본다.
633
불현듯
찾아오는 허무란 이름의
이 상처는
난마(亂麻)처럼, 담쟁이넝쿨처럼
우리를 흔들어 놓을 지라도
두려워 하지 아니함은
아직도
생명의 빛은 우리 안에서, 저처럼
빛을 발하고 있는 까닭이니........
634
그의 나라가
거져 만들어 지지 않았다. 가장 소중한 것을 버려
가장 비천한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불태운 열정(enthusiasm)의
열매이었나니,
청춘은
항상 우리 안에서 지켜내야 할
마지막 보루 인 것을 어이하리...... 사막의 별빛이여
그 빛을 끝없이 발하소서......
635
우리 안에
언제부턴가 숨겨 두었던
미지의 빛을
울타리 밖으로 품어낸 느낌,
그 대가
뿜어 올린 거룩한 향연이여.
가을만큼
깊어 간 그대의 찬란한 숨결.......
636
가을은
우수(憂愁)의 계절이 아니던가.
가을 타는
낭만은 순수미의 절정이옵나니, 눈물겹도록
가슴 저미며
끝없는 회의(懷疑)의 강물을 따라
흐르고 또 흐르는 이만이
강 노을 저편에서
평강의 빛으로 오신 그분과 만나리니,
가을 타는 마음은
축복의 통로인것을........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이 가을을 향유하소서.
고개를
떨구고 길을 걸을지라도
그 가운데 행하시는 분이 계심을 믿게 하려 하심이니......
637
광야보다
잔혹한 메마른 담장을 기어오르는
저, 생명 무한은
누가 주신 섭리일까........
이스라엘
대군으로도 건느지 못한 강, 요단 저편까지
단숨에 뻗어나간
그 영혼에 깃든 찬미여.
그대의 승전가를 우리는 듣노라.
638
구름은
바다를 싣고, 바다는 구름을
싣고
떠나는 우리들의 항해는
대둔산 어느 산정에서 한 마라 백조처럼
날아 올라,
환상의 바다는 오늘도
하늘을 날고 있는가........
639
그리움은
산을 넘고 깊은 계곡을 지나
산허리 어디쯤에
쌓여 있는 것인가.......
이름 모를 먼 메아리
아련한 곳,
그 곳에 가보고 싶다. 우리는.......
640
대학
캠퍼스 앞을 차들이 지나가듯이,
그렇게 채색으로 물든
가을이 지나 갔어도, 아직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황홀한 잔해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지지 않는 달무리로
먼 해안 모랱톱을 적시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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