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1
기나긴
역사의 왕조처럼 펼져진 사막에는
열사(熱沙)의
사적들이 도처에 남아
오아시스를 꿈꾸며, 잠들 수 없는
우리들의 영혼을
다시 흔들어 깨우고 있다.
저 미완의
우리들의 긴장감으로 뭉쳐진사구(沙丘)마다......
622
거역하지 않는
순명(順命)의 시간들을 새겨 넣은
잎새마다
경건한 긴장이 남아 있어,
이 가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던가를
새삼 돌아다 보게 한다.
침묵할 수 없는 이 가을의 의미를.......
이땅의 가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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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마른 땅이
세상을 지배할 지라도, 우리가
두려워하지 아니함은
옥토에 씨를 뿌릴
마음 밭을 주시는 그분이 계심이라.......
그분께서
우리 켵에 오실 날이 가까워
지셨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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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都心)에는
흐르지 않는 세월의 강 너머로
꽃은 피어
지칠 줄을 모른다.
유한(有限)으로 간직한 영원에 대한
동경이, 저렇듯 꽃잎마다
애련(哀憐)처럼 머물고......
드디어
도심의 가을 향연은 절정으로 다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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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고향 하늘은 늘 푸르렀다.
모락 모락
저녁 연기 피어오르던
작은
마을 어귀에는
늘 우리들을 속태우던
원두막 하나
옷섶에 묻어 있는 눈물처럼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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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모(日暮)로
기우는
가을 햇살이 등을 떠미는 시간이면,
우리는 돌아갈
고향을 잃어버린 백조처럼
호수가
작은 섬돌에 홀로 서 보는
노을지기, 늙지 않는 노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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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이 광야(曠夜)처럼 바다에
내리는 시간이면,
우리는
광안리 해안 모래톱에 앉아서
미지의 동경(憧景)으로
피어나, 한 폭의 폭죽처럼 살아 있을
희노애락을 노래하노니.......
찰라적이기에
영원한 그의 얼굴 뵈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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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해한
저 위대한 힘은, 생명을 낳고
진흙 속에서
역사를 이끌어 내는,
우리들의
심연(心淵)에 살고 있는
언어,
모든 힘은
말씀에서 얻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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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하기에
유정(有情)하고, 잎이 성글어
신비한, 한 폭의
가을 성(聲)을, 우리들의 자화상처럼
오래두고 푼 의지는
이 가을이 끼쳐준 소중한
정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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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의 바다가
지나고 나면,
햇살의 여울 사이로
머무는 고요, 피리소리처럼
잔잔했다.
잔잔하기에 흔들릴 줄 모르는
그를, 우리는
간절함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캔버스에 숨겨 두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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