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아직도
프랫폼의 시그널은 멈춰 있는가.
어느 가을 날
소용돌이로 피어 있는 코스모스
숲길을 뚫고
밤마다 지나가던 야간열차 소리가
철길을 따라 흘러가고
이름 모를
작은 간이역사에는 고단한 여행객들이
잠시 무거운 인생을 내려 놓고
꿈을 꾸고 있을까......
612
마치
잠들 수 없는 밤이 오면, 별빛은 온 땅을
적시며, 낙엽처럼
흙 속에 묻히려나.......
먼데서 들여오는 겨울 메아리, 메아리.....
613
가을은
금강하구 둑을 따라 떠내리는
돛배처럼
밀려오고, 햇살은 왜 자작나무 흰 줄기만을
따라서 흐르고 있는 것일까......
하늘을
가리고 누워 있는 낙엽위로
눈부신 천수만의 모래톱이 빛나고 있지 않은가.......
614
낙엽이 지는
행간 사리로 몇 줄의 시가 살아 있는
시원(詩苑) 밟고 사는
그는 누구인가.......
창문을 흔들던 뿌리 깊은 바람소리마저
이즈러진, 현대란 이름의
언덕 밑으로
보이지 않는 미등 하나 켜놓고, 잠들들 수 없는
밤을 홀로 지키는 그는.......
615
비 그치고 나니
눈물처럼 고인 하늘 빛이
영롱한
눈동자로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는 모른다
616
광야에서
시내산에서
우리가 만났던 가을은, 추억처럼
살아 있어,
지금도 황금빛 면류관되어
저 시온성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아니한가.......
우리는
한 마리 백조가 되고 싶었을까.
하늘엔
유채꽃밭이 있다기에.
617
견고한
믿음 하나로 지켜온 그대의 일생을
우리는
눈물 어린 마음으로
노래하고 싶었다. 지금도 그 강 언덕에는
바람이 불어오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젊으로 뿌려진
그 피빛을 날마다 날마다 기념하노니.......
멈출수 없는 나의 순명(順命)을,
618
우리 안에서
흐르던 강물이 어느덧 빠지고 나면
천사의 날개 같은
허물을 벗어 놓고, 처음 입어 본
우리들의 드레스도
빈 마음처럼 오래도록 그 곳에
남아 있을까.......
아무도 모르는
우리들의 빈 마을을,
619
심엽(心葉)
가까이에서 바람이 일었다.
태양의 흑점과도
같은 바람, 바람은 이내 사막을 적시고
우리들의 별자를
흐르면서, 글성이는 눈물로 서 있다.
견딘 수 없는
우리들의 쓰나미로 다온 눈짓...
620
길은
멀어도 고독하지 않은
이유는
길은 고개를 너머
미지의
내일을 숨겨두었기 때문인 것을
길을
걸어서 고개를
넘어 본이들 만이 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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