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1
저 불야성
너머에 맨하탄이 있다.
우리는
꺼지지 않은 산동네를 바라보며
맨하탄 그 너머로
또 하나의 하늘이 빛나고 있음을 보았다.
맨하탄은 혼자가 아니었다.
602
저 광야
내려 앉은 한마리의 고니(swan)를 본다.
피곤이 묻어나
달빛을 울리던 광야길, 그 길은
멀고 험했을지라도
천사들의 꿈은 아직도 영롱할 뿐이어늘......
고요한 밤
천사들이여 날개를 펴라.
603
우리들의
변방을 몇 번이고 돌다간 새,
오늘도
우리의 안식의 땅에 날개를 피려고
안식을 모르는
우리들의 어깨 위로 날고 있다.
새여.
지금도 우리들의 영혼 어디쯤에서
날고 있을, 새여......
604
돌아가는
풍차(風車: windmill)를 바라보며
사랑을 알아차리는 이는
지혜롭고.
돌아가는 풍차를 바라보며
슬픔을 날려 보내는 이는
의롭다 할 것이니........
605
가을이
물든 잎새마다, 영혼이 깃든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누가 다녀 갔을까, 알 수 없는 발자국 소리도
묻어나는, 어느 늦은 날의
숨결을 듣습니다.
가을은 와서
많은 것을 비워 둔 채로 떠나는 것인지........
그러나, 영혼 깊이 고인
생명수만은 더는 우리를 목마르게 하지 않으리니
606
자작나무 숲길을
달려서 가노라면, 아직도 가을은
저 멀리 있어
가파른 우리들의 손길을 그리워 하나니,
신기루처럼 떠나는
가을을 찾아, 사랑이란 이름의 아득한
미로를, 그날처럼 달려가 보고 싶다.
가을은
얻은 만큼 잊은 것을 기억나게 하는 계절이기에......
607
이름 모를
섬 끝 마을에도
바다의 아침은 밀려 왔다.
누구나
쉽게 보이지 않는
아침 녘의 여린 체취를 품으며
일상처럼
바다의 아침은 불현듯, 우리 곁에
와 있었다.
오시리라고 믿었던 그분도
저렇듯 오시리니,
예감의 아침 바다여. 다섯처녀를 부르라
608
꿈은
굽이치는 길을 돌아서, 풍설 사나운
길을 지나
비로소 이루나니, 꿈이여,
길은
그리 멀지 않으리니, 꿈이여.
길을 찾아라.........
609
우리들의
고향 언덕에도 구절초는 피어
소나무 숲 아래
여린 둥지를 대고, 오늘도
기다림으로 지친
희바랜 손을 들어 햇볕을 가린
그는 누군가.......
저 안개 걷히고 나면
그 눈빛 더욱 영롱하려나, 그대의
그리운 눈빛,
610
잊혀진
창문 사이로 흔들리는 나직한
한 줄기 소음이여......
아득한
그리움을 흔들어 깨우던 가을 바람도
어딜가고
이제는 홀로, 방문을 흔드는
낯선 그밤의 그 사람의 그림자 마저도
그 마음에서부터 지우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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