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1
어디선가 들려오는 먼 기적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때가 있다.
아무도 보살펴 주는이 없는 적막한 산에 올라 낯익은
산울림처럼 흐르고 싶은 때가 있다.
산은 기적소리처럼 아득하고 산은 산울림처럼
고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592
어젯밤에는 중국어 예배부에 나가 고향에 가지 못한
믿음의 형제를 위해 격려의 말을 했다.
이백(李白)은 달을 사랑하였기에 물속에 잠긴 달을 잡으려고
목숨을 버렸다.
달은 여전히 여러분의 고향 하늘을 비추며, 고향에서는
객지에 나가 있는 여러분을 근심할 것이다.
그러나, 달은 우리들의 추억속에 있고, 하나님은 여러분의
미래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성공의 비밀이라고......
593
먼 소금 밭 사이로 해일(海溢)이 밀려오고 있다.
달빛을 등에 엎고 광풍의 해일 속으로 걸어가는 두사람,
두 사람을 보기 위해 바다로 간 나는
온 종일 해변 원두막에 앉아서 하늘에서 바다로 내려오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고 있었다.
594
한줄기 선(線)으로 떠나간 세월이 다시 돌아 온다면
꽃은 몇 번을 다시 피어야 할 것인가.
단 한 번 밖에는 피지 못하는 꽃은 어디서
그들의 슬픔을 노래할 것인가.
한 줄기 선으로 떠나간 세월을 찾아 떠난 사람들........
595
홍해바다 물벽 알래로 뚫린 마른길을 걸어본
사람은 알리라.
죽음의 십자가가 왜 우리들의 마른길인가를.......
596
이념의 바다로 나아간 돛단배는 돌아오지 아니하고
상처난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안개 속에서 희미할 때,
가나안의 포도원에서는 낯선 얼굴의 사람들이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597
왜 뒷모습은
우리를 슬프게하는가.......
눈을 감고 바라보아도
보이는 뒷모습은
왜 우리를 슬프게하는 것알까.......
나무그늘
빈 벤치에 앉아 날아 간 한 마리 새를 생각하듯,
그렇게 앉아 있는 모습이,
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일까.......
598
붉은
노을이 뜨는 아침이면,
꿈도
아픔도 물드나니, 무릇꽃처럼
영롱한 가슴이 되어,
선운사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안을지라도.......
599
오늘도
구름은 잠시 머물다
돌아 갈 것이다.
호수가
보이는 차밭 너머로.......
연륜의 한 세대가 떠나가면
또 다른 세대가
다가 오는 것처럼, 그렇게...
600
꿈이 있는
풍경 속으로 맑은 바람이 일었다.
바람은
고요한 만큼 푸르러
온 밤을 지새우고, 우리도 한 파람
바람이 되어
강물 속에서 꿈을 꾸는 밤하늘의 별들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꿈이 있는 풍경 속으로 맑은 바람이
일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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