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
어린아이의
손금처럼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다시 오겠지요
어린아이의
손금처럼 세월은 다시 오겠지요.
하늘나라
하나님 손금따라서
꽃은 또 필 것이라고........
562
길은 멀어도
우리들의 유년의 철길을 따라
철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따라가
멈춰 선 자리,
간이역 처럼 피어 있을
우리들의 성좌로
피어 있는 꽃 코스모스여.......
563
거친 손끝에 바람이 일었다.
전율하듯이
빈 독을 닦아내는 어머니의
가슴에 바람이 일었다.
세월이 흘러도
배추밭머리를 적시던 바람은
아직도 머나먼 풍경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564
위용에 찬
바위 밑을 흐르는 물소리는
가을 하늘
흰구름 만큼이나 정적에 차고,
다만,
학 울음처럼 청아한
남한강 물소리는, 격정에 찰까......
이 가을에,
565
억새꾳이
시든 강가에서, 가을을 낚는
저 고독은
저무는 계절의 노을 빛을 닮아
영롱하고,
푸른 강물은 여전히 우리들의
추억 속을 달려
소망의 흰구름처럼, 내일을 바라며
흐르고 있다. 우리들의 기도처럼..
566
개구리
울음소리가 새삼 그립습니다.
칠흑의 어둠 속에서도
달빛이 배인
어스렁 달밤에도, 무논 논두렁을 적시던
개구리 울음 소리,
개구리 울음 소리도 이제는 고전이 되었는가........
567
이슬은
하나님의 입김이요, 이슬은
하나님의 훈기요,
이슬은
하나님이, 매일 매일 이땅을
사랑하시는 징표요,
하나님의 맑고 맑은 영이시니
이슬을 맞으며
새벽을 여는 이마다, 그날을 얻으리니........
568
이대로는
보낼 수 없는, 당신의 황혼을
좀더 가까이에서
아니 좀더 멀리에서 바라보려고
오래된 손수건으로
안경을 닦으며,
채 준비되지 않은 출항을, 우리는
슬퍼하지 아니했나니......
569
먼 발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상을 온통
녹색바람으로
물들이며 지나가고 있다. 그리움 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그 찬란한
바람 소리, 보이지 않는 영혼을 물들이며
지나가는,
내 안에서 들여오는 숲 바람소리........
570
어느 날이던가 , 우리들은 화려한
외출을 꿈꾸며, 길을 떠나는 때가 있다.
숲속의 둥지를 튼
새들의 환희처럼, 정적을 노래하고 푼
시간이 있다.
감미로운 자작나무 숲속의
선율을 지어내는 파이프올갠 소리처럼, 그렇게,
또 그렇게 머물고 싶은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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