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바람은
신의 손이라는 생각, 그 정교하고
오묘한 손이라는
생각, 온통 신의 손금을 찍어
놓았다는 생각으로,
우리들의 생각마저 모래섬을 이루고........
362
차가운
바람이 꽃망울을 흔들면, 그 한랭한 기운마저도
가슴으로 익혀내는
저 붉은 마음을 우리는 매향(梅香)이라 부르는가......
그 앞에서
주눅이 드는 나의 자괴심(自愧心).....
363
태양은
우라에게 있어서 무엇인가, 그 때마다
지으신이의
그 놀라운 경이감은
일몰마다
더욱 찬란한 언어로
우리를 상기시키나니......
364
신운(神韻)이
감도는 능선 따라, 비상하는 새들의
깃치는 소리 들리고,
노을이 지는
머나먼 변경에는, 기상 나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아서,
귀 기울이고......
사구(沙丘)마다 별이 뜬다.
365
애환에 젖어 흐르는 강,
섬진강, 섬진강 나루에도 봄은 오는가......
모래톱을 적시며
흐르는 강, 봄 나루를 건너서 오는,
저 찬연한 물보라여.
섬진강은 오늘도 유유히 흘러,
풀피리 소리에 귀먹고 싶어라.......
366
어느나라
죽음의 계곡이라든가......
예술은
자연을 닮아가는 일이라했는데,
어쩌면 저토록
신의 오묘함을 장기자랑처럼
들어 낼 수 있을가,
사구(沙丘)는 살아 있는 예술가인가 마술사인가......
367
인생도 긴 여행길을 걸어서
가야한다.
만나야할 장소에서
만나야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영원히 남이 되어 살아가기도 한다.
이정표는
나그네의 가슴에 점을 찍어 놓고,
버리고 떠나온 세월과
앞으로 가야할 세월의 손익을 따져주는 것인가......
물을 끓일 주전자가
없는 사람들도 이 길을 지나서 가야만 한다.
368
하늘을
나르는 흰 구름이, 연꽃을 따라
피어오른다.
연꽃은 급기야, 구름이 되어 날아가고,
구름은
땅으로 내려와
꽃대궁마다 피어올라, 전설이 된
너와 나의 이야기....
369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는 사마리아 여인들만 같아서,
그 날의 봄 소식은
우리들에게
생명을 알리는, 사라마리아 우물가에
핀 수복초의 봄 이야기,
그 이후에 봄은 우리 곁에서 영원하시나니.....
370
저, 실의(失意)와
절망에 찬 눈빛은, 누가 가져다 준
슬픔이드냐,
점점 시들어 버린 정원의 꽃들처럼
페루(,Peru)는
특색도 정교함도 없는
상처를 들고 나와, 라틴아메리카의
정지된 시간을 불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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