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어느 중세 수도원의 수도사들의
이동처럼, 저 토록 엄숙한 질서는,
누가 주시는
섭리이었을까, 그런 경이감으로
리들의 가슴을 적시며
흐르는 鶴居川은 오늘 밤도 수도원 불빛처럼
또 한 번 빛나리니......
292
지금 우리는
비토섬에 서서, 저무는 겨울해를
외경에 찬 마음으로
바라보며,
먼 남해바다 물결 너머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수중가 한 대목에
가슴 태우고.....
293
납이 끓어 오르던 자리마다
용암이 솟구치듯이, 우리들의 삶이
저토록 치열하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그러나, 삶이 치열하면 치열할 수록
골고다의 언덕이
한 층 낮아져 간다는 것을 안다면, 하늘도
우리 곁에서 그리 멀지 않을뿐이니......
294
오색의 꿈을 하늘에 띄우고,
오곡밥을 지어 땅에 뿌리던
우리들의 기원은 얼마나 소박했던가......
연줄이 끊어질까봐
그렇게
조바심 치던 순수를 그리워하자......
295
봄눈이 녹아
강을 이루면, 우리는 망각의 강
그 너머에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찾고 싶어 질 것일다.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직도 강가에 심궈진 나무처럼,
시절따라 열매는 맺고 있는지......
296
산다는 것이
불균형의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어지러운 때가 있다.
그러나 그만큼
삶은 진솔하고, 아픔이 있고, 노래가 있어
가치로운 것임을
아는 이는, 말씀을 얻으리니.......
297
우리들의
때묻은 심령을 씻어, 기도라는 이름의
빨래줄에서
말리지 아니하면, 우리는
겨울 산에 갇힌
한마리 산양같은 존재는 아닐까.......
293
줄이 있어
줄이 끊어지지 않는 한 다 이루리니,
줄을 잡아라
저, 오묘하고 영롱한
줄을 잡아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섭리하시는
그분의 생명줄을.......
299
무엇인가
알수 없는 신선한 긴장감이 도처에 서린,
그 밤의 눈내린 벧엘뜰에는
야곱은 보이지 않고,
겨울을 마지막 보내는 헷세드 목사님의 간구가
돌베개로 교회를 세웠나니......
숲 바람 소리 영롱한 뜨락에는 별빛이 내리고,
300
우리들이
일찌기 버리고 간 돌들이, 봄을 기다리는
모퉁이 돌이 되어
봄을 맞는 우리들의 반석이 되고,
상한 갈대로 서 있는
마른 풀잎 하나도 꺾지 안니하시는
그 부드러운 손길이
내 소망의 표피를 물결쳐 흐르나니........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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