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1
광야를
노래하라. 광야는 광야를 지나온
사람들만이
예찬할 수 있기에,
광야를
노래하는 이마다
참된 평강이
어디서 오는가를 알 수 있으리라.
692
젊은 날의
야망처럼, 우리를 부르는
힘을 무엇일까......
고난의
한 시대를 두려워 말라.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도전을 기억하라.
당신의 우렁찬 메시지를 우리는
듣노라.
693
한 점
홍옥(紅玉)이
붉어 오듯이, 불타는 영혼에 이는
정열에 찬 바람소리를
우리는, 지금 듣나니,
저 무한한 심원에,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우라 하심을
우리는 믿노라.......
694
광야를
노래하라. 광야는 광야를 지나온
사람들만이
예찬할 수 있기에,
광야를
노래하는 이마다
참된 평강이
어디서 오는가를 알 수 있으리라.
695
불현듯이
왔다가 지나가는 세월의 늪
사이로, 마디 굵은
대나무는 자라고, 올해도
수양버들은
세월의 바람 앞에서 춤을 추리니,
우리도
두둥실 춤을 추리라.
696
겨울 산이
온통 눈보라에 묻혀 있을 때,
백록은
사슴처럼 산정을 달려
한라에 이르렀는가........
비단 결에서
번져오는 백향목 향기처럼, 산정에서
피워 올린, 한 줄기 절규여,
열정의 불꽃이여........
697
겨울 호수가에서
봄의 소성(蘇醒) 느껴보는
그 어느날의
수태고지, 우리는 깊은 안식으로
겨울 호숫가를
적시고 있는 그의 숨고르기에, 귀를
기우리듯이
봄의 탄생을 알리는 소리없는 종소리에
가슴 조아리고.........
698
세상이
모두 잠들어 있었을, 그날, 덕유산정에는
빛이 내리고
우리는 희망으로 쏟아지는, 산정의
햇살을 담아,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가장 극명하고
가장 소망에 찬 첫 소식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기에.........
699
저, 정결함은
백향목에서 번지는 목향처럼
신선하고, 학울음 소리는
북방 스라브 여인의 미모처럼 영롱하리니,
저 견고한
우리들의 외침은
기축년 새 해 아침을, 하늘로부터
열라하시니........
700
아미(娥眉) 사이로
낮달이 뜨고,
푸른 하늘에는 순결한 바람결이
조춘을 앓다가 날아 간 새,
수리의 울음 소리만큼이나, 아련하고.......
우리는
곤한 아이들의 새벽잠을
깨우고 있었다.
오는 봄을 제사처럼 맞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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