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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오래된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
아마도
정동교회 어디쯤에서
쉬어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입동 무렵에도
가을은 현란한 모습으로, 구러시아 대사관
앞길에 남아
그 전유의 고독이란 이름의 수를 놓고 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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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공간 사이로, 영원히 지을 수 없는
잎새에 이는
바람 소리, 한 순간을 지나면서
흙으로 돌아 갈 수 없는
영혼에 이는
바람 소리임을 알았을 때, 결코 허무할 수 없는
하늘 저편으로
생명이란 이름의 강은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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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결한
이 느낌은, 모스크바의 겨울 서정을
노래하듯이
불꽃처럼 살다간 시인
푸시킨의
시상만큼이나 신선하나니,
리비나여
다시는 겨울 길로는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서 봄을 기다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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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이르면
오신다고 하더니, 때가 이르면
꽃은 피고지듯이
때가 이르면, 눈은 내리고
순결한 가슴에도
한 줄기 젖은 눈물이 상흔처럼
남는다고 하더니,
때가 이르면
더 없이 아픈 기억도마저도
한 폭의 환희가 되어
꽃잎에 이른 바람처럼 눈은 쌓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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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선도의
아침은 바람따라 흐르고 있다.
저 물안개 거치고 나면
우리 안에
머물고 있던 아침해는
둑을 넘어
망망 대해로 퍼져나갈 것이다.
출항을 알리는
그대의 소라의 꿈을,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싶은
저 수평선 너머에
숨겨둔 우리들의 고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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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죽음의 계곡을 넘어 서서, 잊혀지지 않는
지문(指紋)처럼
오랜 세월 가슴에 남아, 밀물되어 흐르는 것인가.......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그대의 인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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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비록 영롱하지 않을지라도,
밤하늘에
은하수가 흐르듯이, 그렇게 내 영혼을
적셔주는 생명샘의 별빛같은 거,
현세는
안개 속에 가리워 있을 지라도, 우리가
두려워 하지 아니함은
보이지 않는 영혼에 이는 별빛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닌가........
꿈이여 결코 잠들지 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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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연은
날마다, 날마다 경이감으로
증폭되고,
인생은 살면 살수록
왜소해 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결론은 하나,
태양은 늙지 아니하며
생명은 영원하다는 믿음만이
나를 낙원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일지니,
두려워 말고
담대함으로 그 앞에 서라,
그때, 빛은 어디서 오는가를 저 낙조의
현란한 숨결처럼
거센 파도로 밀려오는 그의 말을
우리는 들을수 있나니.......
흙에 속한
육신은 왜소할 지라도
하늘에 속한영혼은 광활하나니,
길은 두 줄기,
유한과 영원으로 갈라져 있을 뿐이니,
보이는 태양이 지고 나면
보이지 않는
태양은 우리들의 영혼을 불태우며
이글대는 모습으로
다시 저 바다를 적서며 솟아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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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인가
한 통의 서신을 받고, 가슴 떨리던
그 날을 위해,
겨울 나그네가 되 싶었을
그대의 명상이여, 호수가에 눈은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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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체취가 그리운 계절이 오면
신선한 추위에
부댓끼며, 길을 걷고 싶은 때가 있다.
가장
깨끗한 삶의 자취를
달빛처럼 새겨보고 싶었을 것이다.
결빙의
호숫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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