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1
한 모롱이
돌아 내리면 영혼은 깊어가고
두 모롱이
돌아 내리면 수위(水位)가
벅차오르는곳, 그렇게
내려선 발걸음은
더는 내려 설 수 없는 겸양의 가을 앞에
가슴을 조아려 보고.......
652
가는 길이
아름다워 머뭇거리듯
머뭇거리듯이
사색으로
담아낸 그길은, 두 분을 위해
열어놓은, 약속된
예정이기에, 하늘도 땅도
그 길 위에
빛이 되어 이러서나니.......
빛이여, 그길 위에 영원하소서.
이 가을에,
653
귓속말로
속삭여준 잘 영근 햇살들의
대화,
귀대고 엿듣는
긴 행렬의 조언(助言)을
혈육처럼 간직하고
맨살로 살아갈
우리들의 정분이여.......
654
사랑은
사소하나 용서하는 길이라기에
조금씩 다가서도
큰 울림으로
되돌아 오는, 일상을 인도하는
하나의 이변(異變) 이라면 어떨까.......
사랑은
용서하기 위하여 스스로 만든
기적이기를, 아니
그분의 가장 나직한 한줄기 소리이기를........
655
세상에
흑암이 몰려올지라도, 두려워하지
아니함은
지는 달은 반드시 다시 뜬다는
신념 때문이다.
영감의 달은
이제 하나의 신념이 되고.........
그녀의 매혹적인 아미(蛾眉)는
지금도 살아 있다.
656
동해여
평안하라. 심해선 너머
동해여 평안하라.
당신의
가슴 조아린 기도 소리는, 수평선을
넘고, 날마다 뛰어 오르는
향유고래들의
휘파람 소리에, 동해는 푸른눈을 뜨고 있다.
657
산동네를
숨길 수 없는 것처럼, 가을은
찬란한 몸짓으로
다가와,
교각 사이로 흐르는 강물을 깨우며
고독을 가리고 싶은
그녀의 어깨를 떠밀고 있다.
서울역 부근에서
듣던
1958년 경적 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658
저 언약은
버릴 수 없는 나의 유산이기에
순명(順命)을 향한
나의 절제는 더는 멈출 수 없나니,
한 점 보루를
적시는 그날까지
슬퍼하지 아니하리라.
저들은
다만 나의 눈물을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을 지라도.......
659
천년고도를
울려 줄, 그대의 범종소리는
이 현란한
가을 볕에 더욱 영롱하리니,
푸른하늘
흰 구름 무심히 떠날지라도
흐르지 않는
천년고도의 학울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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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리비나>가 아닌가.
겨울이면
생각나는 연인, 흰 눈빛 속에서
영롱한 그대의
농축된 사랑이야기는, 그날에도
태양볕 찬란하던
야쓰네바 가로수 길을 달구던
그녀의 눈동자,
눈동자, 겨울 요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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