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모스크바 설원에 눈이 내리면,
일찌기 눈에 잘 띄이지 않던
어머니와
자녀들이 서로를 감싸안고, 지극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 장면들이
자주 보입니다.
자녀의 손을 놓칠세라 꼭 잡은 어머니의
모습은, 왜 그토록 위대하게만 보일까.
저 백색 무대에
가장 화려하게 등장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초상은 어디서나 가장 작아 보이면서도
가장 큰 분이기에......
132
아직도
시베리아 삼림은
눈속에 덮여 있고, 구름 위로
날으는
우리는, 한 마리의, 러시아말로
주라브리, 백학이 되어
사쁜이 내리고 싶을 뿐이니.......
툰드라의
상공에도 꿈이 서리고
133
올 겨울에도
모스크바강이 단단히 얼겠지요,
그러나, 동장군이 아무리
무섭게 엄습해 와도
어딘가에는, 겨울 원앙이 숨쉬며
쉬어갈 여유는 남아 있지요,
그리고
봄이 되면 강물은 언제 얼었느냐고
소리내며 흘러가고
유람선의 뱃고동 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지리이다.
우리네 삶이
또한 그러하 듯이.....
134
부부는
영원한 승리자의
노래입니다.
I envy you.......
135
인생은
시련의 강을 함께 건너서
얻어낸
반려란 이름의 친구를
위한, 최소한의
헌신인 것을 알지니......
136
설원의
지평선 너머로 붉어오는
지난 가을날
그 리듬이, 눈 녹은 단풍나무
사잇길을 따라
강물처럼 흘러 내리고,
침묵하고 싶었던
미지의 둑을 넘어서,
조금씩 밝아오는 낯익은 그 얼굴........
137
요정의 두건(a fairy`s cap)이란
말이 어울릴 것만 같은
위엄과 앙징스러움이 곁들여져
그 분의 가쁜 숨결이 솟구치는,
자연이란 이름의 비밀한 구상(具象)들,
기억하라. 그 곳에
박혀 있는 신의 종소리를.......
138
사랑하는
이브여, 눈을 감아라.
가슴에 쌓아둔
욕망의 언덕을 짚고 일어나,
눈을 감아라.
유프라데스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젖은 머리를
말리며,
무화과 잎을 따써,
우리들의 슬픔을 가리기 전에,
이브여. 눈을 감아라.
139
우리가
너의 물보라를 사랑하는 까닭은
부서지는
파도의 끝자락을
붙잡고 서 있는 순례자의
더딘 발걸음을
옹호하기 때문 일 것이니.......
140
구차스러울 수록
정이 든
우리들의 낡은 목선(木船) 하나
나루터, 귀진 곳에
두고 가는 마음
강물 따라 잔잔히 흐르는
작은 포말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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