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남편은
아내의 손가방을 들어 주고
아내는
남편을 부채로 부쳐주며
길을 걸어 가는 관계가
부부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
부부란
손가방 하나, 부채 하나만 있으면
먼 길을
걸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노을 빛 저무는
저 뒷 모습에서, 새삼 느낌으로
바라보며,
눈에 고인 저녁 노을을 닦아내고 있다
122.
을숙도에
겨울이 노을빛에 물들기
시작하면,
우리는 떠날 준비를 한다.
먼 남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 결에
홀홀 단신으로
남아, 철새들이 떠나간
자리마다, 억새꽃이 흐드러지는 날,
우리는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을숙도의 겨울이 노을빛에 물들면
우리는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123.
저기 먼,
지평선 끝에 서 있는, 조선 소나무
한 그루,
누가 심어 놓은, 권외(圈外)의
시선(視線)이었기에,
잊을 수 없는
한 점, 빛으로 서서, 저토록
우리를 오래도록 부르고 있는가.......
124.
누구나
삶이라는 거대한 악기를
하나씩 들고 나와
자기 삶의 스타일로
연주하며
노래 부르며
컨닥하는 것이다. 다만
룰에서 벗나고 싶은
우린, 때때로
소리 높여 울고 있는 것이다.
진실로 , 진실로
웃기 위해서, 그렇게..........
125.
들에 눈이 쌓이면
어디선가
한줄기 선율이 리듬을 적시며
오래 전에 듣던
그녀의 피아노 소리에
가슴이 저며 오는 때가 있다.
키큰 나무 위로
눈이 조용히 내리는 날은,
그는
눈 덮인 길을 걸으며,
어디선가 들여오는 한 줄기 선율에
젖고 있을 것이기에........
126.
황혼이
영롱한 날은
구름 위로 걸어보고 싶은
우리의
작은 환상마저 물들고......
127.
정상을
향하여 종을 울려라.
저, 은백의
건반 위로 치솟는
열정을 노래하라. 누구든지
정상에 이르고
싶은 이는, 또 그렇게
노래하리라. 정상을 향하여
종을 울릴 때까지.......
128.
저녁 놀이
물든 지평선 너머로
우리들의
도열을 직시하면서, 나무들이
왜, 우리를 노래하고 있을까요.......
129.
큰 빛이
바다 속에 아직도 머물러 있어
기다리는
간절함이 연안을 적시며
번지는
영혼에 이는 물결, 한 폭의 희망의 날개여......
129.
잊혀졌던
추억을 찾아내듯이, 마음마다
깊은 서정으로
드러나는
우리들의 영혼에 일던, 찬미의 바람소리......
130.
저 푸른강은
어디서 시작된 우리들의 소망이었을까......
누군가가 소리도 없이
지난 자취는
엷은 가슴에 바람처럼 남았는가.......
고요히 머물다 가는 그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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