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
모든 권위는
신의
소유에서 비롯되었나니, 인간은
영혼으로 성벽을
쌓아가듯이, 그렇게 돌을 고여
하나의 문명을 낳고
문명은 신의 존재 양식을 중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더는 오를 수 없는
바벨탑인 것을 알기까지는..........
702
신앙처럼
견고한 각질을 벗고, 깨어나는
경건이 있다.
창조된
공간을 처음 여는 고뇌만큼이나
강인하고, 그러나
거룩한 순수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703
우리가
겹겹이 잊고 살았던, 다락논 숨결에
취해보고 싶다.
꽃비 내리면, 저만치 달려나 간
봄을, 뉘와 더불어
노래할까....... 그런 생각으로
침묵에 잠긴 당신, 그런 당신의 얼굴.....
704
의령, 사천, 하동, 김제,
행춘(行春) 길은 즐거웠다.
그리고
섬진강물은 지금도 유유히 흘러
정한을 다하지 못한
모래톱 사이로 스며들고,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연인들이 되고 싶었다.
봄이 오면 기다려 지던
진달래 꽃 피어나듯이, 그렇게........
우리는
그 다정한 봄의 손길을
어루 만지며, 단 한 번 피는
그 길을 두려움 없이 걸아가고 있었다.
705
도시
근교의 봄은, 아직도
고백할 수 없었던 수줍음처럼
자라나,
어느날인가, 징검다리를 건너
그에게서 온
서한처럼, 내게 올 것을
기다리게 한다.
우리들의 근교의 봄은.........
706
누구에게나
고독을 사랑하고 푼 시간이 있다.
의령 남강
구교각 아래에 세월을 지키고 있는
정암(鼎岩)처럼
그렇게 고독을 사랑하고 푼 시간이 있다.
이 사랑스런
나의 카타르시스여.......
707
누구에게나
좀 더 베풀고 싶은, 그 달란트를
우린 사랑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이 무언의
메시지는
곧 사랑이기에, 그 곳에 가면
누구나
행복하고, 동참하면
즐거운 나의 집이려니, 감사와
고마움이 넘치는
내 영혼의 노래여.........
708
봄은
왜 꽃비처럼 찾아오는가.
봄은
왜 여인의 눈가에 고인 눈물처럼 찾아 오는가.
봄은
왜 가까이 찾아 와서 멀리 머물러 있는 것일가.
봄은
왜 만져볼 수 없은 우리들의 영혼 안에서 피어나는가.......
709
어찌
손을 잡아주지 아니하고
이 봄을
보낼수 있단 말일까.......
산수유
꽃망울에 맺혀 있는
새벽 이슬처럼
젖은
그 길을, 뉘라서 혼자서
걸을 수 있으랴......
어찌
손 마저 잡아주지 아니한 채로
이 봄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800
저, 연육교 너머
남해섬이 있다기에, 우리는
찾아가
고운님 외씨버선을 훔쳐 보듯이
그렇게, 연육교를
지나, 남해섬에 가고 싶었다.
섬마다
출렁히는 봄 바다보다
더 그리운, 섬그늘 속에 숨어 있는
오래전
당신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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