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
겨우내
호수가에 드리운 을씨년스러움이, 이제
조금 씩 가신
그 대의 영혼이 이는 바람소리,
가슴으로
낚아 올린 조춘의 아픔이여.....
392
소리 없이
스쳐간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겸허한 마음,
그 마음 밭에 씨를 뿌리는,
거두시는 이의 놀라우신 사랑을
종종 잊으면
다시 생각나게 하시는 그 분이 그리워서......
393
우리는
오늘도 섬 사이를 헤매다가, 불시착한
심정으로
돌아 온 것은 아닌지.....
섬과
섬을 이어주는 삶이란 이름의
교각 난간에 서서
우리를
대신해서 울다가 돌아간 새,
지금도 울고 있다.
394
산다는 것이
수고로운 시간이 있다.
어리둥절하고
무슨 확신도 서지 않는 길을
홀로
지향도 없이 달려가다 보면,
미지의
범종소리는 희미한 기억 속으로
날아들고.....
395
상처뿐인
저 광야 세상입니다.
소망이 없고
외침마저 잊어버린
저 허약한
나의 자화상은, 무엇으로
치료 받을 수 있을까요,
눈물 짓는
나의 위로여......
396
벌써
산수유는 피어, 우리들의
가슴 저편에서 울던
그 새 한마리
오늘 따라 피멍을 토해내듯이
그렇게 연약한
봄 하늘을 흔들어 깨우고......
397
능선 너머에
아직은
여린 어둠이 남아 있어도, 우리는
현재의 어둠보다
미래의 강력한 빛의 소망에 이끌리어
세상 한 복판으로
달려 갈 수 있기를
간절한 맘으로 기도하고 싶어지고.....
397
침묵과
소외 사이를 흐르는,
여린 물길이
오늘은, 작은 경계(境界)를
이루며
무엇인가를 속삭이며 돌아가고.....
398
예수인가
옥타비아누수인가,
그리스토 인가
아우구스투스인가,
끝없이
구세주를 찾든 로마인들은
급기야,
자기들이 못박은
그분이 목수의 아들이 아님을 알고
겸양을 처음 배운 로마인......
399
영원한
동면(冬眠) 속에서
꿈꾸던
작은 요정들의 발자국,
꿈에서
깨어난 그대들의
추상이여....
400
섬진강, 저 오랜
민초들의 강이, 오늘도 유유히 흘러
봄을 실어나르고
새싹을 실어 나르며, 뿌리 깊은 나무로 서 있는
저 가지 많은 나무는
오늘도 섬진강 따라, 그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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