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알프스
고갯마루 어디쯤에서
병사들은
울다가 돌아 갔을까.......
지금도 잠잠한
젊은 날의 나의 병영 일지,
91
네델란드
홍등가를 패션의 거리로
바꾼다는 보도가 있었다.
혼신지는
벌써 패션을 바꾼지 오래다.
올해는 상형문자
패션이 유행할 것만 같고.......
92
정말,
만인벼랑이란 말이
실감나는
그랜드캐년 둘레에
있는, 또 하나의
명소라 해야겠기에,
지으신 이의
손길 앞에, 아득할 뿐이오니......
93
러시아, 카나다, 미국 또......
해운대의
겨울 풍경은, 늘 우리들의
가슴을 가르며 흐릅니다.
그 언젠가
거닐었던 해운대의 겨울 바다는
하나의 감동이었을 뿐,
지금도 설명이 없습니다.
94
빛을 실어 나르는
저 베드로의
고기배에는, 빛으로 오신
그분이 타고 계심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깨어나라.
95
이슬은
땅을 적시는 위대한
생명수, 백향목 뿌리가 깊어지고
마른 땅에
만나가 움돋는, 그 분의
지고한 숨결, 생명을 살리는 강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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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海菊),
짠 바다 내음을 가슴에 품고 사는
꽃, 작아질 수록
큰 바다를 품을 수 있어, 행복한 그.......
97
겨울이
경건한 까닭은,
나약한 생명의 둘레마다
빛이 진을 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98
하나의
물체로 남아 있는 고드름,
바람을 타고
능선을 따라 하늘에 이르기까지
투명한, 그를, 우린 사랑하고 싶어라.
99
내일이면
다시 뜬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도,
우리가
못내 아쉬어 하는 것은
어제의 태양은
오늘의 태양도 또한 내일의 태양도
아니라는
사실 뿐이니, 우리들의
아쉬움은, 순간마다 하나의 누적을 이루고.......
100
빈의자,
그리고 미지의 주인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마음 만큼 가득한 햇살이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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