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배로 띄우는 서한문
오 완 영
1
기나긴
카츄샤의 겨울이 밀려와도
묵묵히 서서
기도하는 묵상의 자작나무숲은
벌써부터
봄이 오는 강물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의 품안에서
깊어가는 겨울을 사랑하면서,
2
얼음을 지치던
겨울 아이들은 모두 어디를 가고
산새들이
차가운 겨울을 쪼아대고 있다.
모스크바의 겨울은
늘 그렇게 빈 나뭇가지 사이로 와서는
돌아 갈 길을 잃은
철새처럼, 우리 곁에 오래 남아 있었지....
3
겨울을
날아오르는 저 힘찬 약동은
우리에게는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와,
지체(遲滯)된 가슴마다
꿈이 어떻게 비상하는 가를
일깨우고....
4
베드로께서
보내주신 이 축복의 메시지는
눈을 감아도
보이는 환상이며, 귀를 막아도
들리는 환청입니다.
흐르는 물에 돛을 단 풍광(風光)이
유유자적, 홀로 떠나는 뱃고동소리...
5
어디선가
들려오는 찬란한 범종소리는
멈추질 않고
종각 너머로
드리운 저녁노을이, 가을보다
붉게 타오르고....
우리는
길손인양 오래 서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6
아침마다
뜨는 태양은 잠든 영혼을
일깨우고
우리는
우리를 위해 태양을 예비해 놓으신
그분께 감사하며
우리에게 주시는 빛의 사명을
소생시키나니....
7
새벽마다
낚시꾼들이 낚아 올리는
한 마리의
대어, 곧 태양은 솟아오르고,
새벽은
황홀함으로 눈을 뜨고,,,,
8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이륙(離陸)을 연습하는 일만
같은 때가 있다.
저 멀리 남태평양 모래섬마다
해가 뜨고
고향 가는 길은 그렇게 먼 곳이 아니었다.
별빛처럼 영롱한 고향 가는 길은....
9
영원히 타는 불꽃.
저 현란한
불꽃이 잠들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곁에서
우리 가슴 속에서
화염은 아직도 잠들지 않고, 삶의 속성으로
자라고 있는 까닭이리라.
10
산에도
목마장 뜨락에도
말들의 등어리에도 첫눈이 내려
가을이 떠나간
뒷자락마다
아쉬움은 오래 남아, 산도 뜨락도
말들도 고개를 숙이고,
11
가을은
어느덧 달빛을 닮아, 상냉(霜冷)한
기운이 내려와
길을 적시고, 흐르지 않는 강 언덕
어디쯤에서, 흐르는 세월을
바라보듯, 가을은 서서히 저물어 가고...
12
가슴속에
오래 묻어 두었던 그리움은
눈물이 되고
이슬이 되고
어느 날 진주가 되어
상록의 푸른 하늘을 뒤덮고
고국의
가을은 깊어만 가고,
13
먼 길을 달려와
눈 덮인 호수 난간에 앉아
공원의 새벽 요정을
부르는 저 자태는 얼마나 우아하고
평화로운가.
어디선가
아침을 찬양하는
브라스밴드의 힘찬 고등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아서
귀 기울이며, 하늘을 우러러 보는
소녀의 가슴 사이로 눈은 내리고.....
14
저, 가을 여인의
산책은, 해명할 수 없는
모나리자의 미소 같은 분위기를
간직하고
차라리 하염없어, 내딛는 발걸음
걸음마다
밟히는 낙엽들이
시가 되고
기쁨이 되고
명상이 되어, 귀한 생명의
나팔소리고 거듭나리니......
15
오.
은혜의 Parramatta여.
새벽마다 당신이 주시는 저 위대한
파노라마는
인류에게 주신 그분의 축복이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땅.
그날의 그분의 음성이 울려 퍼지는
창조주의 거룩한 코라스여.....
16
누구나
깊은 안개 속으로 들어갈 뿐이다.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다만 우리는 안개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연습을 할 뿐이다.
17
저 찬란한
단풍보다. 때때로 질박한
억새꽃이, 우리들의 가슴을 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에게는 눈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18
어디서
들려오는 선율이었을까.
당신의 지고한
음색으로만 노래하게 하시는
저 청초하고
짙붉은 영혼에 이른 바람 소리를
우리는 듣나니,
소리 없는 곳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신 그분이 계셔서.....
19
태양은
언제부터 시드니항의
조명등이 되었을까.....
때로는 푸르고
때로는 붉게 물들이고
마치, 일산 호수공원의 음악분수처럼
천고의 음악이
빛으로 어우러지는 한마당의
피리소리여.....
20
봄과
가을은 같은 계절이어늘,
봄은 생명을 거두고
가을은 빛을 거두는 것은
가을이
지금, 우리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 수목원의 가을이여.
빛으로 와서
빛으로 돌아가는 저 길에서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21
저무는
바다, 소나무 돌섬 그늘에
몸을 의탁하고
지는 해
그 찬란한 숨결을 거두려고
앵글을 대는, 저 거룩한
응시(凝視)여.
순간을 영원으로 이어 줄
당신의 외마디소리.....
22
시드니 항의
풍경은 하나의 마술입니다.
저기 있는가 싶으면
여기 있고
여기 있는가 싶으면 저기 있는
젊음여인의 심상(心象)처럼
분위기를 타는
저 마술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옷섶에 숨겨진 진주일까....
남극의 진주 시드니여.
23
정녕 바다는
고요 속에서도 잠들 수 없는
저 오뇌하는
내열이, 용트림하듯이
우리들의 내면의 세계를 흔들어 깨우고,
꺼지지 않는
등대를 바라보며
섬 그늘마다 드리운
우리들의 어둠을 사위나니....
24
연등처럼 빛을 발하며
스스로 득도의 경지로 다가다는
저 깨달음,
미지의 신비를 앓는
황혼녘, 강 건너 저편 어느 마을에서
봉화불이 피어나듯,
그렇게 빛으로 살아나는
우리들의 심안(心眼)이여.
25
오상고절(傲霜孤節)을
자랑하듯,
찬 서리 앞에서도 오만하게 익어가는
붉은 열매, 그러나
영웅은 고독하기에, 우리선조들은
늦서리 내리는 가을 길을 걸으며
홀로 피어 있는 국화를 가슴에 새겨두고
저 자연이 주는
교훈을 되새기곤 했습니다.
26
일모(日暮)로 기우는
저 풍경 너머로 고요히 밀려오는
잔광(殘光)이, 우리를 부를 때
우리는 누군가를 보내는 연습을 해야 하는지,
원시를 향하여
조용한 항해를 시작하는 저 모습이
너무도 진지하고.......
27
부러졌기에
저 장엄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 웅장한
당신의 면면 사이로 지금도 들려오는
그날의 우뢰 소리
그날의 바람 소리
지천으로 쌓여오는 극락암의
낙엽 지는 저 굉음이여.......
28
저 향수로 붉은
단풍나무 아래, 그림 같은 하얀 집
가을 햇살처럼 단아한 그곳에
청무를 다듬고 있는
고향의 오손도손한 모습이,
이역의 하늘 아래서 돋보이는,
그분의 크신 사랑으로 일궈낸 옥토,
옥토에 씨를 뿌리고
지금도 가꾸고 계시는 주의 종, 헷세드 목사님.
29
가슴도
아련히 물드는 계절
추경(秋景) 속으로
달려가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 되고 푼
이 마음, 가을은 저만치서
우리를 부르나니,
30
천년 세월이 무심하듯
그렇게 흘러가고
홀연히 돌아본 통도사의 가을은
낙엽이 시나브로 지고 있었다.
지는 낙엽사이로
흐르는 것은 세월을 실어 나르는
한 점 하늘의 물위에 뜨고....
31
은행잎은
왜 저토록 황홀하고
단풍은
붉게 타오르는 것일까.
가을 길을
불현듯, 걷고 싶은
그 마음.......
32
어디든
산정(山頂)은 고요하고
목책(木柵)은
우리를 흔들어 일깨우는가,
정적 속으로
들여오는 한파람의
묵시여.....
33
흐르는 가을 잎새들
미지의
침묵도 함께 흘러
지금은
모르지만, 낙엽이 쌓이면
언어가 되리
그때 말하리라. 침묵의 끝이 어디인가를....
34
어둠이 있는 곳에
일말의 희망을 노래할 줄 아는 이는
위대하나니,
어둠을 딛고선
자작나무들의 반란은
별빛처럼 빛나고
어둡던 세대의 12사도들만 같아라.....
35
새벽닭은
몇 번이나 울었을까.....
지금도
귀 기울이며, 새벽닭 울기를 기다리는
오페라 하우스의
베드로의 큰 귀는 아직도 아득하옵나니,
시드니는
베드로의 귀가 있어
험한 세상에서 명승지가 되었노라고......
36
도솔천에 흐르는 물과 같이
단풍이 흐르고
가을이 흐르고
마음도 흘러 내려, 끝없이 여미어 가는
우리들의 삶도, 이 가을에는
흐르게 하옵소서.......
37
파란하늘
흰 구름은 우리들의 소망이 되어
흘러가고
고독한 듯, 오뚝 솟은
십자가는,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는
사랑의 화살이 되어, 창공을 나르나니
우리는 마음의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길에서 두 손을 모으고,
38
이 깊은
침묵은 어디서 시작된
그지없는
소리이었을까.
깨뜨릴 수 없는 저 한 점 불빛을
누가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인가,
저 깊은 오뇌의
우리들의 눈동자여........
39
단풍은
밤하늘의 별빛처럼
영롱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범람하고
때로는 소스라치며
그 밤의 은하가 되어 강물처럼
흐르는 것은 아닌가.
단풍은
밤하늘의 별빛처럼
영롱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40
바다에서
이내 건져 올린 고등어처럼
약동하는
신선미, 그 것이 한국 단풍의 절정이 아닌가.
애태우며
기다리던 찰나와 완성을 동시에 보는
예사롭지 않은
저 극치감.......
41
아늑한
추억이 고요를 흔드는 새벽
전선주는
거룩한 십자가로 바뀌고, 우리의 영혼이
서서히 눈을 뜨는
갈릴리 호수여.
42
요단강가에서
만난,
저 푸른 꿈이 되어 오신, 그분의
표정을, 우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죄 사함으로 받는
기쁨으로 보게 하심은,
43
가을
목 벤치에 홀로 앉아
지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무릎 위에
얹혀 있는 노트북으로
가을 여신과의 교감하는 모습이
찬란해서, 우리는
차마 돌아가지 못하고
낙엽이 되어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네.
44
일모로
기우는 도시 저편으로
구름은
흘러가고, 무언의 깊은 한줄기 사념들이
긴 나래를 펴고
우수보다
아름다운 평화의 종소리, 종소리로
흐르나니,
45
저 파란 하늘 아래
을씨년스런 초가지붕이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니던가,
그러나
우리는 꿈을 꾸기 시작했고
꿈을 꾸면서
파란 하늘 흰 구름이 우리의 소망인 것을 알았다.
다시 구름은 우리들의 가슴 한 복판을
지날 때마다
지금도 지난 세월의 우뢰를 들려주고.....
46
가을은
길이 없어도, 길이 보이는 계절
억새풀 바람 사이로
흩날리는 길을 따라 계절이 밟고 지나간 길을
걷노라면, 그분의
섭리와 동행하였음을 알게 하시나니,
47
깊어가는
가을 그 너머에, 지금도 계셔서
강가에 내보낸
저희들을 자녀 삼으시고,
길을 곧게 하시는
그 분이 우리 곁에 계심을
이 가을에 알게 하소서.......
48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그 고전을 노래하며
가을을 익히고 있는
능금들이, 어찌 영롱하지 않으리,
과육 속에 숨어 있는
영그는 오뇌여.......
49
잎이 모두 진
나뭇가지마다 가을이 깊어,
햇살이 다시 영그는
저, 황홀한 성장을
뉘라서 홀로 누릴까 만은,
무서리 내리는 밤
달무리는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나고
꿈꾸는 저들을 눈여겨보았을 거나,
서로가 잊혀 지지 않는
금단의 과일을
가을 끝자락에 옮겨 놓은
그는 누군가.......
50
가을은
어쩐지 한 번 가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소슬함이
계절의 어귀마다 안개처럼 서리고
그러나
한줄기 빛이 있어
소망의 열매로 거듭나는
옥토에 떨어진 씨앗만 같아서, 두려움 없나니......
51
억새꽃이
흐드러지면, 강물은 어디로 흘러갈까.
가을 저편 나뭇잎 배마저도
보이지 않는 저곳에
신기루 같은 도시의 비경(秘境)은
신부처럼 우리를 부르나니,
53
저 찬란한
태양을 바라보며, 어찌 우리가
앉아서 새벽을 맞이할 수 있으랴.
모두들 일어나라.
우리들의 가슴을 부등켜안고,
저 거대한
환상의 파노라마를
예찬하자, 태양은 여전히 젊고
위대하였노라고.......
54
단 엿물이 뚝뚝 지듯이,
찬란한
가을 햇살이 다시 영그는
저, 내 혈육 같은
향기여, 그리고 끝없는 향수여.......
55
피 빛으로
엉킨 우정이, 구절초 향기처럼
다가와
가을 엽차 다리는 먼 향훈이
그윽이 번지는
내 마음의 고향 어귀여........
56
올 겨울에도
모스크바강이 단단히 얼겠지요,
그러나, 동장군이 아무리
무섭게 엄습해 와도
어딘가에는, 겨울 원앙이 숨쉬며
쉬어갈 여유는 남아 있지요,
그리고
봄이 되면 강물은 언제 얼었느냐고
소리내며 흘러가고
유람선의 뱃고동 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지리이다.
그렇게, 하나의
굴곡을 그리며, 바람은 불어오고
다시 불어갈 것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57
사랑한다는 것은
저토록 황홀하기에,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벗었으나, 부끄러움을 몰랐다.
부끄럼이 없는
사랑은 영원하리니.....
58
추억 속으로
추억 속으로 달려가 만나고 싶은
잊을 수 없는 한 폭의 환상이여.......
그는 어딜 가고
먼산들만 아련히 흐르고 있는 것인가.....
그대여..
59
안개 속에서
어둠을 밝히는 저 빛의 고요는
누구를 향한
그 밤의 고백이었을까요......
가슴에 부딪는 소리 들리나니
60
지상에서
울려 퍼지는 빛의 팡파레.......
뛰는 가슴마다
싱그럽게 약동하는 고동소리,
빛의 소리여.......
61
이 겨울
누군가가 , 산정에 한 폭의 사색을
심어 놓고,
홀로 내려올 수 없어
산 메아리를 기다리는
우리들의
광장이여. 열린 심안(心眼)이여.......
62
소녀의
책갈피에서 찾아낸
어떤
음향이 배어 있는 꽃, 꽃 이름을
몰라도, 한 번은
불러보고 싶은 소녀의 이름같으이.....
63
눈이 쌓이만큼
생각도 깊어지고, 눈이 쌓인만큼
인정도 넉넉해 지는 것은
눈이 주는 저 풍요의 표상 때문이리......
아이들아
문 열어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지금도 그립고......
64
흑암을
헤집고 쏟아지는, 저 외경에 찬
빛의 범람이여,
우리는 범죄할 수 없나니......
65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진정
위로를 받을지니.......
절규하라. 저 하늘 빛이 바뀔 때까지
66
선은
살아서 숨을 쉬고, 율동보다도 더 현란한
정지선들의 대칭이
왜 우리를, 새로운 의식의 세계로 흡입하는가.......
날개여, 나의 푸른 날개여,
67
해송에 걸려 있는
저 태양을
싣고 떠나는 가는 배, 이 새벽에
위대한 출항이여......
내일을 향해 깃발을 달아라.
68.
철저히 봉쇄 당한
운명처럼
설화는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적어도 몇 번은
하얀 마음으로 돌아 갈 수 있기를,
우리들의 믿음의 고향으로......
69
간구하는
그 마음은 그지 없나니......
문을 열고
들여다 보는 마음 저편,
70
한 폭의
감동의 드라마, 덕유산정에
내린 저 신비,
호렙산 떨기나무 숲에도
눈은 내렸을까.......
71
포옹하는 자마다
주님은
축복하시리니, 온 세상을
포옹하는 한 해가 되게 하옵소서.....
72
선운사
계곡에 드리운
정적만큼이나
추녀 끝 고드릅은 투명한
실로폰 소리리로
독경을 하고.......
73
언덕너머
먼 지평선 위로 들여오는
나직한 음성은
아직은 기다림, 그러나
새벽 고요를
알리는, 희뿌연 안개의 춤사위 사이로
간간히 들려오는
대지의 숨결은 벅차오르고
74
산정 어디쯤에
홀로 서서, 정한에 서린 마음
달래주려고
눈으로 채워 넣은 그대의 빈손,
고독한 주목 속에
숨어 있는 그는 누군가......
이 겨울에,
75
무색
투명하여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만 같은
그대의
푸른 숨결이여.... 듣나니,
시내산 언덕위로 날은 기울고......
76
하강하는
겨울 봉황이, 덕유산 자락
어디쯤에서
날개를 펴, 울음을 토한다.
그대의 백설부(白雪賦).......
77
산정 어디쯤에
홀로 서서, 정한에 서린 마음
달래주려고
눈으로 채워 넣은 그대의 빈손,
고독한 주목(朱木) 속에
숨어 있는 그는 누군가......
이 겨울에,
78
무색
투명하여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만 같은
그대의
푸른 숨결이여.... 듣나니,
시내산 언덕위로 날은 기울고......
79
개기일식같은
등대 일출은, 마음마저
지극하나니,
빛의 동반자, 태양이여, 등대여,
둘이면서
하나된 새벽을 깨우는 소리......
80
기지재를 켜듯
뻗어나간 나무가지 사이로
눈 속에 숨어 사는
해동(解冬)의 꿈은 먼 아지랭이 되어
피어오르고,
고독으로 서 있는 대둔산의
웅자는, 찬란한 햇살로 외연을 넓히고.......
우리는 광활한
가슴을 열어 놓고 싶을 뿐이다.
81
광야길을
홀로가는 나그네 인생은, 무어라 해도
위대할 뿐이다.
그는 나그네이었기에
쉬바이처가 되고, 소록도의 친구가 되었다.
나그네 인생길은
서러운 것이 아니라, 고독하기에
그분의 사랑과 동행으로 만나는 축복의
길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때로는 쓸쓸하고, 때로는 부족해도
빈 만큼 채워주시는, 그분과
오늘도 만나고 싶다. 저 길에서......
82
노아의
자손 함족을 만나니, 무엇인가
형제애로
한 발 다가서고 싶다.
형제여
건재하라. 어쩌면
문명이란 이름의 불모의 땅에서....
83
전선주를
타고 흐르는 한 줄기
포도(鋪道) 위로
안개는 흘러가고, 아직도 다하지 못한
정한에 찬 새벽 등불이
먼 빛으로 남아 있는, 지난 밤의
내 꿈의 언저리, 거기에
깨어나지 못한 꿈이 아직도 남아 있다.
슬픈 전설처럼.......
84
사해는
도처에 저주처럼 남아 있지만,
우리들이
하나님의 신비로 바라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면
얻으리라, 천지를 지으신
그분의 뜻이 어디에 계신가를.......
또한 미지로
남겨 두시는 뜻을,
85
꽃은
하나님의 신비의 통로만 같사오니,
하나님의
그 오묘한 솜씨는, 아마도
꽃을 통해서
하나님을 보게하시려고, 지어주신
신의 언어일 것만 같아와......
87
어디선가 들려 오는
감미로운
음악처럼, 경건과 미학이 잔잔한
물결을 이루며
순결과 감동이 조용히 교차하는
이 환상은,
환상이 아닌, 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한 번 쯤 가져 보고 싶은
내 마음의 숨결이기를........ 죄없는 마음.......
88
저무는
어느 저녁나절, 그분께서도
일모의 저녁 노을을
바라보시며, 하늘 보좌를 기억하고
계셨을 것만 같은
그 정적이 깃드는 일몰, 아마도 그분도
오래 서 계셨을 그자리.......
89
하루가
서서히 끝나는 시간
놀은 붉게 물들고
피곤한 몸을 쉬어 가듯이
하늘을
나는 기러기들의 분방한
모습이, 한 결 다사로운 일모여......
우리들의 겨울은 따뜻했다.
89
하나님이,
그분의 숨결로,
아름다우니까 지으셨다는,
창조의
주인공과 그 도구와 목적이
삼위 일체로
펼쳐진, 저 모뉴먼트 계곡의
아침 서곡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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