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
바다 둑을
한 손으로 막고 서 있던, 네델란드 소년을 기억합니다.
저 열정 하나로, 심연을 육지로 바꾸어 사는
그들이, 어제는 히딩크라는 한 송이 붉은 튜울립으로
잠들지 않는 우리들의 가슴을 쳐주었습니다.
불가능이란 없는 것이었다고.........
902
꽃잎에 이는
바람 소리에 귀대고 듣는 이마다 듣나니,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가를.........
꽃잎에 이는
바람 소리가, 어느날 천둥소리처럼 들리는 날은
사랑 또한 피흘리는 아픔임을, 우리가 어찌 모른다하오리.......
903
돌틈 사이에서
울려퍼지는 희망의 종소리처럼,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나니,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하여
피어난 당신을, 우리는
오래도록 잊지 않으리..... 그 영롱함으로,
904
시련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하늘에 노을이 뜨는 까닭은
노을 만큼 시련도 아름답기 때문일까.......
눈물 없는 예술도, 슬픔없는 성취도 한 낱 허무의 그림자일뿐,
다만 시련은 우리f를 낳은 어머니 이었음을......
폭풍이 지나간 뒤에 저녁 하늘엔 노을이 뜨나니,
905
이따끔씩
환상 속에서 바라본, 선유도(船遊島)의 꿈을
다시 꾸게하는, 저 겸허는
어느 별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이었을까........
우리들의 피안에만 머물던 그대의 음색(音色)이여
906
우리들의
기억 너머로, 경건한 하루를
보내기 위하여,
우리는
천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바닷가 일모 속에 서 있었다.
바다는
어둠이 깊어 온 만큼
우리 안에서 그리움 되어, 철석이고.........
우리들의
뒷이야기도 멈추질 아니했다.
영원한 것을 향한 채로,
907
영원한 시간 속에서
유한한 연륜의
부피가, 저토록 현란한 날은,
장엄한 파이프올갠 소리처럼, 파고(波高)를
일구며 다가오는
그분의 음성을 감지하나니,
연륜마다 묻어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여.......
908
빛이
있는 곳이면, 깊은 물속에서라도
시몬의 어망이
찢어지고,
빛이
있는 곳이면, 깊은 지하감옥에서라도
바울의
창살이 흔들리고,
사물아다 드리운 빛을 바라보며
어둠을 두려워말지니........
909
인생이 깊어가면서
기다림은
얼마나 아름다운 빌미이었던가를,
기다리기 위해
프랫홈(platform)에 서본 사람만이
그분의 말씀이 왜
우리의 반석이 되는가를,
이 깊어가는 계절의 문 앞에서
듣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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