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1
성인봉,
분명히 누군가, 산사람처럼
의연히 살다간
그는 누구였을까.........
천고의
파도소리와 요란스럽게
울어주었을 풀벌레 소리에
이슬 같은
순결로 한 생애를 살다간
그는 누군가, 오늘도
영봉에 서서 가슴에 귀대고
있는 그를 위해, 구름은 기도처럼
다가 서나니.......
892
서양이면서
동양적인 고전이 숨결처럼 살아서 눈뜨는 곳,
그 곳에 우리는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누가 우리를 정(靜)의 중심에 세워 놓았는가를
조용히 들여다 보고........
893
지상의
사물이 높을 수록 심연을 비추는 물그림자는 깊어
지나니, 우리는 얕은 물속에
거대한 빌딩을 담아내듯이, 우리의 영혼에, 창조주 하나님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분의 심연을 이루는 까닭이니, 심령이
가난한자마다 하나님의 얼굴을 더욱 영롱히 비추리니.......
894
창조자의
숨결만 같은 저 지고한 순수미는,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파수꾼을 하나 세워두고 싶다.
청록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그런 파숫꾼을.......
그 어디에도 있지 않았던, 그가 오늘 따라 가슴을 들어 내고
미의 전령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우리는 묻고 싶을 뿐이다.
895
켄터키의 작은 집에는
아직도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커티즈(cottage)의 조그만
창문에서 울려퍼지는 빛의 향연은 멈추지 아니히고,
우리들의 한 번 붉어진 격정(passion)은 시들지 않을지니,
어두운 밤마저도 우리는 두렵지 아니하리니........
896
바다는
어떻게 저토록 자애로울수 있는 것일까, 바다여
영원하신 어머니의 바다여, 그 바다에 우리들을 맡길 수 있는 것은
당신이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바다여. 우리들을 받아 주소서.........
897
해와 달이
낮과 밤을 비추듯이, 꽃과 벌은 낮과 밤을
만들어가나니, 창조주의 섭리를 따라 살아가는, 저 오묘한
질서는, 누가 가르쳐 준 천고의 비밀이란 말인가.........
육신의 귀를 막으면, 영혼의 귀가 열리는 지혜의 종소리여.
898
목각에
새겨 넣은 환상인가, 구름과 마을이
하나를 이루어, 하늘과 땅 사이에, 저토록 영롱한
화해를 새겨 넣은 뜻을, 우리는
오래도록 기리고 싶다. 그 화평 속에 담겨 있는 팽팽한
긴장감까지라도.......
899
인생에 있어서
한 줄의 전승보를 읽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전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마음에 가두어 두었던 평화의 강물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리라
900
전설처럼
우리 양심의 어디쯤에 숨어서 피어나는 꽃,
흰 어리연,
순백하고 아련하고 아주 작은 몸짓으로
우리들의 정성을 이끌어 주는 꽃, 그가 있어 다시 돌아다보는
나의 고해성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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